과거 가난했던 시절 교복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추위와 배고픔에 떨던 학생들을 마치 부모처럼 따뜻하게 감싸주던 선생님의 모습이 가끔 아른거린다. 현대의 스승은 지식의 전달만을 목적으로 냉정하고 기계적으로 학생들과 교류하고 있다. 진정한 교육은 학생 하나하나가 소중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코칭하고 잠재되어 있는 창의성을 동기부여하여 미래를 이끄는 리더로 도약하는데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 영화<민 검사와 여선생, 1966>은 어릴 적 어려운 형편에 고통받던 학생을 따뜻하게 보살펴준 선생님 덕분에 훌륭한 법조인으로 성장한 제자가 운명적으로 살인죄로 기소된 선생님과 마주치게 되고 제자 검사는 선생님이 살아온 아름다운 스승의 길을 진심으로 변론하여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오늘 그런 소명의식이 있는 정다운 선생님이 그리워진다. 1967년 시드니 포이티어가 주연한 <언제나 마음은 태양(To sir with love)>도 사제 간의 따뜻한 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줄거리 요약>
어느 날 밤 형무소를 탈옥한 살인 죄수가 주부 박양춘(김지미 분)이 혼자 있는 집에 숨어든다. 탈옥수는 외동딸을 보기 위해 탈옥했다며 숨겨주기를 간청하고 경찰이 들이닥치자 박양춘은 이불 속에 숨겨준다. 그러나 딸을 만난 그는 곧 체포되지만, 해외에 출장 갔다 돌아온 남편은 아내를 의심하고 구타하면서 권총으로 위협하던 중 오발되어 남편은 사망하고 박양춘은 살인죄로 구속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담당 검사인 민장손(김석훈 분)은 그녀가 과거 초등학교 교사 시절 아끼던 제자였다. 민 검사는 재판정에서 울면서 자기의 힘겨웠던 과거를 얘기하며 사랑으로 돌봐준 박 선생이 살인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진실된 변론으로 박 선생은 무죄로 풀려나고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된다. <관전 포인트>
A. 민 검사와 여선생의 특별한 추억은?
교도소에서 마주친 박 선생은 민 검사가 어렸을 적에 부모를 일찍 여의고 병석에 있는 연로한 할머니를 돌보며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해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궁핍한 생활을 할 때 남달리 동정심이 많았던 박 선생은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돌봐주었고 덕분에 민장손은 좌절하지 않고 역경을 이기고 훌륭한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B. 박 선생이 민장손에게 베푼 온정은?
@민장손이 도시락 살 돈이 없어 뚝배기 그릇에 점심을 싸와 아이들이 놀리자 교실을 뛰쳐 나가는 것을 본 박 선생은 도시락을 사서 저녁에 민장손의 집을 방문하여 선물하고 할머니의 간병까지 도와주게 된다.
@민장손이 추운 겨울에도 아침에는 신문배달 저녁에는 떡을 팔러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머플러를 목에 둘러주며 격려한다
@ 민장손이 세 들어 사는 집주인이 세를 내지 못한다며 내쫓으려 하자 간곡하게 부탁하여 주인의 마음을 돌리게 한다.
C. 박 선생이 회초리를 든 사건은?
학교에서 하모니카를 훔친 윤창호에게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며 눈물로 종아리를 치게 된다. 교도관이 된 윤창호가 면회를 와서 하모니카를 보여주며 자신은 평생 선생님을 생각하며 하모니카를 불어 '하모니카 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며 하모니카로 선생님을 위로한다.
D. 박 선생의 남편이 권총을 들이댄 이유는?
외항선 선장으로 일하던 남편은 자신이 없을 때 범죄인을 숨겨준 부인을 오해하고 술에 취해 권총을 꺼내 난동을 부리다가 겁에 질린 부인이 피하는 과정에서 오발되어 사망하게 된다. 영화<벅시, 1991>에서 출장에서 돌아온 벅시가 집에 부인과 같이 있는 남자를 오해하고 폭행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남동생이어서 크게 사과하고 자동차까지 사주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깊은 신뢰를 가지고 포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E. 마지막 변론에서 민장손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말은?
민장손은 차마 사랑하는 선생님을 기소하는 검사직에 있을 수 없어 검사직을 사퇴하고 변호사로 직을 바꾸어 박 선생을 변론하며 자신이 어렸을 때 박 선생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오늘날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이런 사람이 절대 고의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없다고 변론하여 판사를 비롯한 배심원들의 마음의 긍정적으로 이끌어 내게 된다. <에필로그>
신파극이라 볼 수도 있지만, 오늘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무참하게 짓밟는 세태에 경종을 울려주기도 한다. 최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번개탄과 소주를 사러 온 손님이 염려되어 경찰의 협조로 극단적 선택을 막은 행동처럼 각박하고 이기적인 현실 속에서 상대방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작은 도움을 주려는 노력이 큰 감동을 준다. 이런 선의가 모인다면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사회가 될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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