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특보 강원 산지 '5월의 설경' 연출, 사진작가 발길 이어져
산·공원·해안명소에 나들이객 많아…야외에서 거리두기 휴일 즐겨
'집에서만 보내기엔 너무 좋은 계절'…마스크 쓰고 밖으로
전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흘째 600명대 나왔지만, 시민들은 계절의 여왕 5월의 첫 휴일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마스크를 쓴 채 산과 공원, 해안명소를 찾아 움츠러든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려는 나들이객들이 많았다.

강원도 산지에는 때늦은 설경이 펼쳐져 사진작가와 관광객들에게 생경한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충북지역은 낮부터 차차 맑아지면서 유명산과 유원지에 휴식을 즐기려는 나들이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속리산 국립공원에는 오후 1시 기준 2천600여명의 탐방객이 찾았다.

이들은 법주사와 세심정을 잇는 세조길을 거닐며 산사의 봄 정취를 만끽했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주시 청남대에는 이날 오후 1시까지 2천명가량이 입장해 대통령기념관 등을 관람하고, 대청호 주변을 산책하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냈다.

충남 계룡산 국립공원에 4천700여명의 등산객이 찾았고, 동물원과 놀이 시설이 있는 대전 오월드에도 3천300명의 방문객이 찾아 휴일 여유를 즐겼다.

맑은 날씨를 보인 부산 해운대, 광안리 등 주요 해수욕장은 봄 햇살을 즐기기 위해 산책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은 개막을 앞둔 모래 전시회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를 덤으로 누렸다.

서핑 명소 송정해수욕장에는 봄 바다를 즐기는 서퍼들로 온종일 붐볐다.

송정부터 기장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 곳곳은 카페와 음식점, 쇼핑몰 등을 찾는 차량으로 정체를 빚었다.

'집에서만 보내기엔 너무 좋은 계절'…마스크 쓰고 밖으로
경기 용인 에버랜드를 찾은 나들이객들은 1만㎡ 규모의 포시즌스 가든에 조성된 튤립정원에서 향기로운 봄꽃들을 구경하거나,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태어난 아기 판다 '푸바오(福寶·행복을 주는 보물)'를 만났다.

꽃놀이축제가 진행 중인 인근 한국민속촌에는 모란, 흰민들레, 하늘매발톱 등 활짝 핀 야생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원화성 성곽 인근의 행궁동 카페와 식당은 옛 풍경과 함께 여유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몰려 주차장마다 대기열이 생기기도 했다.

직장인 최모(33) 씨는 "화창한 주말에 실내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야외에 있는 게 여러모로 안심일 것 같아 공원에 나왔다"며 "음식물을 섭취할 때를 빼곤 마스크를 꼼꼼히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에는 이날 관광객 3만여명이 찾았다.

사려니숲길과 한라산 둘레길, 올레길 등에는 많은 탐방객이 찾았고, 사설 자연 관광지에도 관광객들로 붐볐다.

제주시 애월 해안도로와 협재·함덕·월정해수욕장 등에는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려 해변을 산책하거나,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려는 도민과 관광객이 몰렸다.

인천은 도심 번화가와 주요 유원지를 중심으로 나들이객이 몰렸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복합쇼핑몰 일대는 모처럼 외출에 나선 시민들로 붐볐고, 주변 도로와 주차장으로 차량 행렬이 이어지며 교통 혼잡을 빚기도 했다.

카페와 음식점이 밀집한 구월동 로데오거리에도 가족과 연인 단위 손님들이 찾아 휴일을 즐겼다.

전북은 주요 지역축제가 대거 취소된 데다 쌀쌀한 날씨를 보여, 상춘객들의 행동반경이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전주 한옥마을에는 젊은이와 가족들이 마스크를 쓴 채 삼삼오오 정취를 즐겼다.

평소 인파가 몰리던 덕진공원과 객사에도 흐린 날씨 탓에 인적이 드물었다.

'집에서만 보내기엔 너무 좋은 계절'…마스크 쓰고 밖으로
22년 만에 5월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강원지역 산지는 설국으로 변했다.

이날 오전 양양과 홍천을 잇는 구룡령 굽잇길은 정상으로 향할수록 눈꽃 가득한 설경이 펼쳐졌다.

구름은 낮게 깔려 백두대간에 머물렀고, 신록과 봄눈이 어우러져 5월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장관이 연출됐다.

전날 오후 9시 10분부터 이날 오전 5시 30분까지 강원 중북부 산지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이는 기상청이 특보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5월에 내린 대설특보는 처음이다.

구룡령에는 18.5㎝, 대관령에는 1.6㎝의 눈이 쌓였다.

'5월의 설경'이라는 귀한 풍경을 포착하기 위해 새벽길을 달려온 사진가들은 삼각대를 펼치며 순백의 세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고갯길을 지나던 운전자도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스마트폰을 들어 설경을 찍었다.

움트기 시작한 단풍나무 위에도, 노란 봄꽃 위에도 눈이 쌓여 오가는 이의 시선을 붙잡았다.

부천에서 온 사진 동호인 김민영(52) 씨는 "4월에 내린 눈은 종종 봤지만, 5월에 이렇게 폭설이 내린 풍경을 찍기는 처음"이라며 "높이 올라갈수록 초록에서 흰색으로 변하는 백두대간의 절경에 탄성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경은 잠시뿐, 해가 점차 높이 솟으면서 기온이 오르자 눈은 빠르게 녹아내렸다.

이날 전남 구례군 토지면 지리산 노고단에도 밤사이에 내린 눈·비가 얼어붙으면서 진달래꽃 위로 상고대가 폈다.

봄철 뜻밖에 풍경을 포착하려는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지리산으로 이어졌다.

(전창해 손형주 권준우 이재현 양영석 고성식 김상연 박철홍 김동철 허광무)
'집에서만 보내기엔 너무 좋은 계절'…마스크 쓰고 밖으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