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조명’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기업 시그니파이. 이 기업은 오랜 기간 주식시장에서 ‘재미없는’ 종목으로 분류됐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부터다. 1년 전 18.6유로였던 이 회사의 주가는 올 4월 말 44유로까지 치솟았다. 지난 1년 새 주가가 136% 폭등한 것.

치솟은 시그니파이 주가…탄소중립 성과에 '재조명'
1891년 조명사업으로 창업한 필립스가 시그니파이의 모태다. 이 회사의 운명이 달라진 것은 2016년. 필립스에서 분할해 떨어져나오면서 회사 비전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맞췄다. 제조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를 상쇄할 만큼 탄소를 흡수한 ‘탄소중립’, 제조 공정에 100% 신재생에너지만 쓰는 ‘RE100’ 등을 달성했다는 소식에 ESG를 표방하는 글로벌 펀드들이 앞다퉈 시그니파이를 사들였다.

시그니파이도 제조업체다. 공장을 돌릴 때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 회사는 배출량과 씨름하지 않고 흡수량을 늘리는 데 힘썼다. 아프리카와 남미, 중동 등에서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조명을 설치하는 사업을 통해 탄소저감 성과를 인정받았다. 제조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친환경 기업이란 명성의 가치가 추가로 들어가는 전기요금 이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회사의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ESG 열풍이 불기 전인 2018년 89%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0%를 찍었다.

제품 전략에도 ESG를 적용하고 있다. 센서로 사람 수와 조도를 인식해 필요할 때만 빛을 내는 조명 등 환경을 생각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밀고 있다. 바다에 버려진 폐기물을 녹여 3차원(3D) 프린터로 찍어낸 전등갓도 히트상품 중 하나다. 강용남 시그니파이 동북아시아 총괄 사장은 “ESG 경영을 위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등 첨단기술을 총동원했다”고 설명했다.

시그니파이는 최고경영자(CEO) 바로 아래에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를 두고 사업모델을 ESG 원칙에 맞게 뜯어고치는 작업을 했다.

이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