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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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팥소) 없는 찐빵’은 안 팔린다. 하지만 ‘알코올 없는 맥주’ ‘칼로리 없는 탄산음료’는 불티나게 팔린다.

식품업계에서 상식을 뒤엎는 역발상 전략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주인공은 ‘제로 마케팅’. 술에서 알코올을 빼고, 커피에서는 카페인을 빼는 식이다. 상품의 ‘원초적 본성’을 제거했지만 소비자의 관심은 되레 높아지고 있다. ‘맥주는 좋지만 취하기는 싫은’ ‘탄산음료는 먹고 싶지만 살찌는 건 싫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無알코올·칼로리…"없앴더니 잘나간다"

무알코올 맥주 ‘품절 대란’

주류업계에선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입맥주업체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며 판을 키우는 분위기다. 네덜란드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은 비알코올 맥주 ‘하이네켄 0.0’을 이달부터 국내에 선보인다. 하이네켄 0.0은 하이네켄 오리지널과 같은 제조 공법으로 만든 뒤 알코올만 제거해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게 특징이다.

중국 맥주 칭따오가 지난해 6월 내놓은 칭따오 논알콜릭은 가파른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칭따오 논알콜릭의 올 1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 대비 52% 급증했다. 갑자기 판매량이 늘면서 올초에는 ‘품절 대란’을 겪기도 했다. 세계 최초로 무알코올 맥주를 선보인 네덜란드의 맥주 브랜드 바바리아는 오리지널 비알코올에 레몬, 애플, 진저라임 등의 향을 가미한 3종의 라인업을 더해 국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술에 취하기보다는 술자리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가 MZ세대 사이에 자리 잡으면서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90억원에 불과하던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지난해 188억원으로 커졌다. 무알코올 맥주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점이 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세법상 알코올 함유량이 1% 미만인 제품은 음료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무칼로리 콜라·사이다도 봇물

탄산음료 시장에서는 제로 칼로리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의 판매 1위 자리는 ‘코카콜라 제로’가 지키고 있지만 최근 경쟁 제품이 연이어 등장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초 ‘칠성사이다 제로’를 내놓고 코카콜라에 도전장을 던졌다. 2011년 처음 시장에 나왔던 칠성사이다 제로는 소비자의 외면으로 2015년 단종됐다. 6년 만의 재도전이다. 이에 한국코카콜라는 ‘스프라이트 제로’로 맞불을 놨다.

동아오츠카의 나랑드사이다는 유튜브 등에서 ‘다이어트용 탄산음료’로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 역주행을 달리고 있다. 나랑드사이다는 칼로리는 물론 보존료와 설탕, 색소가 없는 ‘4무(無)’ 탄산음료다. 2010년 출시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올 1분기 나랑드사이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3.2% 증가했다.

디카페인 커피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동서식품의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믹스 매출은 197억원으로 전년(142억원) 대비 38.7% 증가했다. 투썸플레이스의 올 1분기 디카페인 음료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무알코올 맥주와 디카페인 커피의 소비층이 임신부 등으로 한정됐다면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