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약 벤처기업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가 4중 표적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 개발에 나섰다. 한꺼번에 4개 표적을 겨냥하는 NASH 신약을 개발하는 곳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기 어렵다. 표적이 많을수록 설계가 어려운 데다 생산 수율도 낮기 때문이다.

박성진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 대표(사진)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발병 원인이 워낙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한 가지 표적만 겨냥하는 약물로는 완치가 어렵고 여러 표적을 동시에 노려야 승산이 있다”며 “설계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생산 최적화를 거치면 수율 문제가 없으면서도 치료 효과가 우수한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간에 지방이 다량 축적돼 발생하는 만성 간질환이다. 이 질환을 앓는 성인 환자 다섯 중 한 명이 간경변으로 악화된다. 대사질환이 흔한 미국에선 NASH 유병률이 30~40%에 이르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약은 아직 없다. 치료제의 효능이 기준을 넘지 못하거나 부작용 때문이다.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는 박 대표가 2016년 설립했다. 박 대표는 원진그룹 박광호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유기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유니스택’이라는 플랫폼 기술로 다양한 물질을 붙일 수 있다.

원진바이오는 체중을 줄이는 호르몬 2종(GLP1, GIP)과 간의 염증반응을 막기 위한 호르몬 2종(안티사이토카인, FGF21)을 붙였다.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줄이면 지방간 수치를 낮출 수 있고, 염증반응을 완화하면 간의 섬유화를 막을 수 있다. 쥐 실험에서 100% 완치 효과를 확인했다.

이 회사는 프리미어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18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