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동기부여
요즘 언론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란 숫자나 문자로 구성된 방대한 양의 자료를 포괄하는 것은 물론 문장, 그림, 사진, 소리, 영상 등 비정형 구조의 자료를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 전부를 일컫는다. 이처럼 다양한 구조를 가진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기술,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기술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관련 산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필자가 처음 통계학 공부를 시작한 1980년대만 해도 통계학은 그리 선호되는 전공이 아니었다. 수학 자체를 좋아하는 일부 학생을 제외하면, 수학적 이론에 기반한 통계학 교육과정에 잘 적응하는 사례가 드물었다.

특히 통계학이 미래사회를 이끌 유망 분야라는 확신이나 사례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통계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어디에 활용되는지조차 모른 채로 수학이론 중심의 교과를 지루하게 공부해야 하는 과정에 질려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통계학 전공자들이 진로에 확신을 갖고 다양한 분야로 취업해나가는 요즘과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이다. 통계학을 공부한 지 40여 년이 됐지만 감회가 새롭다.

최근 사회적으로 빅데이터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대학,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업체 등에서 다양한 전문가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에 참여한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 단기간의 강도 높은 일정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 위주로 교육과정이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학습자들의 관심과 의지가 충분함에도 난도 높은 교육과정 때문에 빅데이터 전문가로서의 진로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때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는 학습자의 높은 관심과 의지 그리고 교육과정의 적절성이다. 특히 강력한 동기는 어려운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간 통계이론 때문에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진입 장벽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며 응원하곤 했다. 진입이 쉬운 분야는 진입 이후에도 다시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하지만, 진입이 어려운 분야는 진입 장벽만 넘으면 함께 일해나갈 동료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너무 어려워 당장 포기하고 싶을수록 내일에 더 큰 기회가 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전문가가 된 이후에도 1000명과 계속 경쟁해야만 하는 길을 선택하겠는가, 아니면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견뎌낸 이후에는 10명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보람 있는 길을 선택하겠는가.

미래사회에는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융합 분야가 많이 나타날 것이다. 이런 분야들을 준비하고 적응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지금 훈련하는 과정이 힘들수록 포기를 합리화할 핑계가 생기겠지만, 그 순간을 극복하면 긍지와 보람 속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미래가 온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