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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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선 결제를 위해 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다. 스타벅스 앱에 차량번호를 등록해 놓으면 음료 주문과 동시에 자동 결제된다. ‘마이디티패스’ 서비스다. 마이디티패스를 포함해 사이렌오더 개인 추천 서비스, 지역특화음료 등 스타벅스의 히트 서비스들은 모두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혁신 서비스를 도입해 성공시킨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장석현 팀장(사진)이 이끄는 스타벅스 데이터 인텔리전스팀은 불모지 같은 이 분야에서 잇단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이터로 탄생한 혁신 서비스

스타벅스는 2012년 국내 첫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열었다. 점차 소비자가 몰렸지만 문제가 있었다. 대기시간이 너무 길었다. 기다리다가 지쳐 돌아가는 소비자도 있었다. 데이터 인텔리전스팀은 분석에 들어갔다. 가장 오래 걸리는 병목 구간은 결제 단계였다.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불만도 많았다. “운전 중 지갑과 신용카드, 휴대폰을 꺼내 건네는 게 너무 번거롭다”는 불만이었다. 스타벅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패스의 자동결제 시스템을 차용, 마이디티패스를 개발해 2018년 선보였다.
장 팀장은 “현재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절반이 마이디티패스를 사용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행동을 바꾼 대표적 사례”라고 소개했다.

데이터 인텔리전스팀이 데이터를 확보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2016년 출시한 ‘마이스타벅스리뷰’다. 스타벅스 앱 등을 통해 결제한 소비자에게 결제 직후 설문을 보내는 소통 채널이다. 방금 스타벅스를 이용한 소비자의 응답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도입했다.

평균 사흘씩 이뤄지는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회원은 약 10만 명. 한국 인구조사 대상자가 6만 명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장 팀장은 “작성 가능한 글자 수가 100자인 주관식 질문에도 99자까지 빼곡히 적어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설문 참여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현재 스타벅스 멤버십 가입자 수는 740만 명이다. 최근 모바일 주문·결제 서비스인 사이렌오더의 누적 주문 건수는 2억 건을 돌파했다.

“매장마다 개·폐장 시간 달라”

성공 비결을 묻자 장 팀장은 “소비자 관점에서 데이터를 분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자신의 입장에서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서비스를 도입한다”며 “소비자 관점에서 불편한 부분을 해소하고 시간을 아껴주는 방법을 고민해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가 도입 준비 중인 새로운 서비스도 이런 관점에서 탄생했다. 매장마다 개·폐장 시간을 유동적으로 바꾸는 서비스다. 장 팀장은 “모든 매장이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닫는 건 기업 관점”이라며 “데이터를 통해 그 지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대를 분석해 매장마다 다른 개·폐장 시간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마케팅’이란 단어조차 생소하던 2017년부터 스타벅스의 데이터팀을 이끌어온 그는 각 기업이 두 가지 데이터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먼저 ‘빅데이터 함정’이다. “거창한 시스템을 들여놓고 빅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있는데 활용하지 못하면 그저 블랙박스일 뿐”이라며 “작은 데이터라도 그 안에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는 ‘데이터=답’이란 함정이다. 장 팀장은 “데이터가 결론이나 답을 낼 것이라고 오해하는데 데이터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방향에 대한 확신을 주는 근거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설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