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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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월 집단 면역’ 목표를 처음 내건 시점은 작년 말이었다. 이때까지 전체 국민의 70%인 3600만 명에게 백신을 맞히면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후 ‘국민 70% 백신 접종=집단면역’은 불문율이 됐다. “집단면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3일 국립중앙의료원의 의견은 지난 5개월 동안 그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았던 정부의 ‘11월 집단면역’ 목표에 대한 사실상 첫 도전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공공의료 체계의 중심축인 국립중앙의료원의 자문단이 내놓은 의견이란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코로나 완전종식 불가능…백신 맞아도 전파 막는데 한계"

“코로나19 완전 종식은 불가능”

오명돈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라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국민 70% 접종=집단면역’이 불변의 진리처럼 통용되고 있다”며 “국민의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해도 마스크를 벗거나 격리 없이 해외 여행을 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임상위원회는 국립중앙의료원 산하 전문가 자문단이다. 오 위원장은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로, 국내 민간 치료제 및 백신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오 위원장은 11월 집단면역이 불가능한 목표라고 주장한 근거로 코로나19 백신의 ‘2차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점을 들었다. 그는 “화이자 백신 효과가 95%라는 건 접종자의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일 뿐 타인 전파를 예방하는 효과를 말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영국의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AZ)·화이자 등 코로나19 백신을 1회 접종한 사람의 가족 내 바이러스 전파 예방 효과는 38~49%에 그쳤다. 2차 접종을 마쳐도 집단면역의 근거가 되는 95%에 크게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는 점도 코로나19 종식이 어려운 근거로 꼽힌다. 덴마크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차 유행 때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중화항체와 면역세포가 6개월까지 유지됐다. 집단면역을 달성하더라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오 위원장이 내건 ‘집단면역 불가론’의 근거 중 하나다.

오 위원장은 “어느 한 국가가 집단면역에 도달해도 주변 국가가 달성하지 못하면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된다”며 “백신 접종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스라엘에 인도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처럼 특정 국가만 코로나19 청정지역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험군 보호에 집중해야”

다른 나라들도 코로나19 토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추세다.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에 따르면 세계 23개국에서 활동하는 과학자 119명 중 89%가 “코로나19가 토착화(완전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특정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근절될 수 있다고 답변한 사람은 39%에 그쳤다. 미국의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전염병연구소장도 지난달 백악관 브리핑에서 “집단면역은 정의 자체가 모호해 이 개념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 위원장은 “결국 코로나19도 독감처럼 (정기적으로) 백신을 맞으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며 “국가의 백신접종 전략은 바이러스 근절이 아니라 중증화 위험도가 높은 고령층과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감을 근절하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독감 백신을 맞히지 않듯이 고위험군에만 맞혀도 중증 환자 발생이나 사망자를 막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방역당국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방역당국은 “국립중앙의료원의 설명은 ‘집단면역 달성이 어려워 백신 접종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같은 바이러스 근절은 어려우며 인플루엔자처럼 관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예방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은 공중보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