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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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사진)에 대한 서민층 지지율이 부자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표는 최저치를 경신하며 20%대 붕괴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서민 대통령'을 자처했지만 실제 삶에선 고용, 부동산 등 경제정책이 당초 내세운 취지와 달리 시장 역효과가 발생하면서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까지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지난해부터는 부동산 이슈가 서민층에 큰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파악된다. 최저임금상승·52시간제 등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오히려 정규직은 강화시키면서 서민층 고용 환경을 위축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민·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던 부동산 정책도 부동산값 폭등·공급 부족 등으로 '주거 안정'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정책 역효과로 경제적 수혜를 입은 생활수준 상위층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대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친서민 표방 정부의 역설"이라면서 "이제라도 시장에 맡겨야 할 일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文 지지율, 생활수준 낮을수록 떨어져

생활수준별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생활수준이 낮다고 응답한 사람일수록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생활수준별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생활수준이 낮다고 응답한 사람일수록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4월 5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생활수준별 국정 지지율은 '상·중상'(41%), '중'(32%), '중하'(25%), '하'(20%) 순으로 나타났다. 생활수준이 낮다고 응답한 사람일수록 대통령 지지율이 더 낮았다. 지난주 '하'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고, 전체 지지율(29%) 보다 9%포인트나 낮았다. 부정률은 '상·중상'(55%), '중'(60%), '중하'·'하'(각 61%) 순으로 낮을수록 높았다.

한국갤럽은 응답자의 생활수준을 상·중상·중·중하·하 등 5단계로 나누어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주간 여론조사 발표 시 표본상의 이유로 상과 중상은 합산한다. 생활수준 데이터는 응답자의 주관적 판단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소득이나 자산 등 구체적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으나, 경제적 배경에 따른 지지율 추이를 파악하기에는 유용한 지표로 꼽힌다.

생활수준 '하' 응답자의 지표는 다른 생활수준 응답자 지표와 달리 엎치락뒤치락이 거의 없다. 국내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인 지난해 3~6월을 제외하면 2018년 11월 5주차 이후 내내 대체로 부정률이 긍정률을 크게 앞서는 모습이다.

서민 대통령 자처하며 추진한 고용·부동산 정책
정작 서민층에는 악영향

2020년 전까지 생활수준 '하'의 국정 부정률이 치솟았던 시기는 대체로 소득주도성장론 쟁점이 떠올랐던 때다. 그만큼 서민층 지지율이 일자리 정책에 민감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지지율은 2018년 6월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2018년 5월에는 국회가 최저임금에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노동계 집단 반발을 산 직후다.

같은해 8월에는 소득주도성장 관련 52개 법안 추진,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분배 지표 악화에 따른 통계청장 교체 논란 등이 일면서 8월 5주차 여론조사에서 '하'의 부정률은 한 주 만에 11%포인트(34%→45%)나 급등했다. 한 주 뒤 '중하'의 부정률도 10%포인트 상승했다. 이 시기 전후로도 '상·중상', '중'의 변화율은 미미했다.

서민 경제 상황을 반영하듯, 2018년 5월 2주부터 2020년 6월 2주까지 내내 부정평가 이유 1위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꼽혔다. 정부가 내내 강력히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거의 없었던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이미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중상위층 이상에게는 유리했지만, 서민들에게는 일자리 및 임금 감소 등 악영향이 컸다"면서 "서민들을 위한다고 펼친 정책이 오히려 서민 경제를 옥죄는 역효과를 낸 것"이라고 평했다.

정부 정책, 시장·민심과 여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3월부터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서민층 지지율에도 '결집'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7월 종합부동산세 인상, 임대차3법 등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크게 불안정해지자 서민 지지율은 다시 악화됐다. 생활수준 '하'는 8월 3주차와 4주차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긍정률이 부정률을 다소 앞섰지만, 7월 이후 부정률이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 7월 이후 지금까지 대체로 '부동산 정책'이 국정 부정평가 이유 1위를 기록 중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가장 없는 곳은 바로 '상·중상'이다. 이들은 내내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해 12월 2주차 이후에서야 부정률이 긍정률을 역전했다. '중'·'중하' 보다는 한달, '하' 보다는 3개월 후다.

최근 들어 대체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중상'은 유일하게 40%대 지지율을 보이며 지지율 낙폭이 미미한 모습이다. 이들이 정부 정책의 수혜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규직 강화로 일자리는 더 안정됐고, 집값 폭등에 부동산 보유자들 자산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하겠다던 정책이 오히려 부자 지지율을 견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정부 지지율에서 경제적 이유가 가장 커지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시장이나 민심과는 계속 반대로 가고 있다"며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의식해 재정 확장 정책을 계속 쓰고 있지만, 국민들은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시장에 맡길 것과 아닌 것을 냉철히 구분해 일자리와 부동산 영역은 민간에 맡겨야 경제가 바로 서고 등돌린 민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