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중단 이어 '마이너스 옵션'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 제기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선방한 국내 자동차 업계들 차량용 반도체 대란 직격탄을 맞고 이같은 대응에 나선 것으로 포착된다. 기아 K8에 이어 현대차 아이오닉5까지 마이너스 옵션을 대안으로 내놓으면서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현대차, 쌍용차, 한국GM 등은 지난달 잇달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기아는 최근 K8에 기본으로 적용되는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할인해주기로 했다.
5월은 더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차량 생산 및 출고 시기 조정을 위한 '옵션 빼기'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기아 이어 현대차도 아이오닉5 옵션 뺀다
현대차도 아이오닉5 계약자들에게 특정 옵션 사양을 제외하면 빠르면 이달 안으로 조기 출고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제외 가능한 옵션은 △4륜구동(4WD) △컴포트플러스 △프레스티지 초이스 △파킹 어시스트 등 모두 차량용 반도체가 투입되는 옵션 사양이다.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해 아이오닉5의 계약 물량을 연내 모두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이번 현대차의 조치는 앞서 기아가 내놓은 '마이너스 옵션' 개념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기아는 K8 노블레스 트림 이상에서 기본으로 적용되는 후방 주차 충돌방지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40만원을 할인해주는 방안을 고객들에게 제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5의 경우 K8과 같이 원래 있던 사양을 빼는 마이너스 옵션은 아니다. 일부 선택사양을 변경하는 것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출고를 기다리는 K8, 아이오닉5 계약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K8 계약자들은 마이너스 옵션보다는 출고를 기다리자는 쪽이다. 30만 회원을 보유한 K8 공식 동호회에서 최근 진행한 마이너스 옵션 찬반 투표 결과를 보면 마이너스 옵션을 하지 않겠다는 쪽이 58.3%로 더 많았다. 일선 대리점에선 K8 계약을 완료한 고객 70% 정도가 마이너스 옵션 대신 출고를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다고 했다. 일선 영업점에서도 출고 대기를 추천한다는 설명. 반면 보조금 지급 문제가 걸린 아이오닉5의 경우 최대한 불필요한 옵션을 제외해 출고를 앞당기는 방향을 고객들이 더 원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가 제외 가능하다고 안내한 컴포트 패키지, 파킹 어시스트 등의 옵션 사양은 여러가지 기능이 합쳐진 패키지로 구성됐다. 일례로 '프레스티지 초이스'는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이 포함돼 있다. 파킹 어시스트에도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를 비롯해 후측방 모니터,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의 기능이 있다. 단 이들 기능 중 반도체 대란 여파로 직접 타격을 받은 기능은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 정도다.
때문에 계약자들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반도체 소자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특정 기능만을 제외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프레스티지 초이스 중 이슈가 된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 기능만 빼고 이 외 기능은 유지해달라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회원 24만명 이상의 아이오닉5 공식 동호회에는 "출고를 담보로 특정 옵션 제외를 현대차에 요청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현대차 게시판에 이같은 내용의 건의사항을 게재했다는 인증 댓글이 줄을 이었다.
옵션을 포기하면 가격 부담은 낮아진다. 4가지 옵션의 가격은 △4륜구동(4WD) 300만원 △컴포트플러스 50만원 △프레스티지 초이스 198만원 △파킹 어시스트 135만원이다. 이중 프레스티지 초이스는 익스클루시브 트림에서만 적용되는 옵션이다.
개별소비세 인하분이 적용된 레인지 모델 기준 익스클루시브 4980만원부터 시작한다. 프레스티지 초이스, 4륜구동 옵션 추가시 가격은 5400만원대까지 뛴다. 여기에 출고가 늦어지면 1000만원 넘는 보조금을 지급 못받아 5000만원대 중반의 가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옵션을 포기함으로서 빠르게 출고돼 보조금을 지급받을 경우엔 3000만원대 후반에 구매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옵션 빼기' 움직임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도
쌍용차 등은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국내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통상 반도체가 최첨단 옵션에 많이 들어가다 보니 풀옵션차 1대 만드는 반도체 양으로 일명 '깡통차' 2~3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반도체 위기는 최소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대차나 기아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자동차 업계는 역대급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판매실적은 반도체 수급난 여파에 따른 공장 가동중단 영향으로 전월 대비 6.8%(4만5932대) 줄었다. 같은 기간 내수와 해외 판매도 각각 3.8%, 7.6% 감소했다.
반도체 수급난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지난달 울산1공장과 아산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오는 6~7일 이틀간 현대차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4공장 가동을 멈춘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다른 생산라인도 이달 중 추가 휴업할 가능성이 있다. 기아는 이달 특근을 전면 취소했다. 그간 정상가동을 이어온 한국GM의 창원공장 역시 이달부터 50% 감산에 돌입한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