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vs 노동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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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대립 속에... 제헌 헌법은 '근로' 선택
노동계, 국가 통제 의미라며 '근로'에 부정적
여당, 가치 중립적 용어... '노동'으로 변경 주장
노동계, 국가 통제 의미라며 '근로'에 부정적
여당, 가치 중립적 용어... '노동'으로 변경 주장
더불어민주당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 명칭을 ‘노동절’로 변경하고, 법정공휴일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5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지난 3월 8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의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당시 민주당 대표인 이낙연 의원은 근로자의 날 명칭 변경을 약속했다. 그 후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입니다”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이미 지난해 6월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올해 3월에는 같은 당 안호영 의원도 법안을 발의했다. “근로라는 용어는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된 용어로 국가의 통제적 의미가 담겨 있다”라며 “노동이라는 가치 중립적인 용어로 대체해야 한다”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노동절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법안은 18대 국회에서 20대 국회까지 매번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근로’와 ‘노동’ 두 용어 중 어느 쪽을 택할지 논란에 대해 정리해 본다.
먼저 노동계는 그간 줄기차게 노동절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근로자의 날은 그 뿌리가 미국에서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유혈 투쟁에 있다는 주장이다. 메이데이라고도 불리는 노동절은 1889년 7월에 열린 제2 인터내셔널의 창립대회에서 결정됐다.
우리나라는 1963년 근로자의 날을 법으로 제정했다.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동조합총연합회 창립일인 3월 10일을 기념해 오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노동계 주장을 받아들여 5월 1일로 변경했다. 노동계는 명칭도 노동절로 변경하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 대신 ‘근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헌법 등 기존 법체계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로라는 용어가 사용된 배경은 역시 이념 대립에 있다. 법제처 홈페이지에 수록된 입법자료(2008년)에 소개돼 있다. 조정찬 당시 법제관은 “해방 후 제헌 당시까지 북한 공산집단이 말끝마다 노동자·농민을 내세우며 온갖 폭력과 불법행동을 자행한 데 대한 경계심 내지 염증에서 ‘노동자’ 대신 ‘근로자’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제헌 헌법부터 ‘근로의 권리’, ‘근로자’ 등 ‘근로’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하위 법령도 헌법의 예를 따랐다. 이 같은 법률 체계를 고려할 때 다른 법령을 무시한 채 ‘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조 법제관은 의문을 제시했다.
이런 견해는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근로자의 날’을 유지하자는 의견의 근거로 제시됐다. 18대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법안을 발의했지만 다른 법률 체계와의 혼란 등이 지적됐다. 박지원 의원과 강성천 의원이 각각 발의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결국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19대 국회는 심상정 의원, 20대 국회는 이정미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노동’이라는 명칭을 되찾아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힘을 실었지만 역시 법령 체계와의 혼란을 이유로 개정되지 못했다.
21대 국회 들어 여당이 ‘노동절’로의 명칭 변경을 역점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법률 용어의 가치중립성과 명확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고 전제한 뒤, “헌법 개정 논의와 다른 법률에서의 개정 논의 등을 고려하여 법률용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근로’ 보다는 ‘노동’이 가치 중립적이다”라는 환노위 전문위원실 설명은 노동계의 주장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앞서 본 법제처의 2008년 입법자료에 따르면 ‘근로’보다 ‘노동’이 더 이념적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시대 변화도 고려해야겠지만 이처럼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 볼 점이 적지 않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
지난 3월 8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의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당시 민주당 대표인 이낙연 의원은 근로자의 날 명칭 변경을 약속했다. 그 후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입니다”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이미 지난해 6월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올해 3월에는 같은 당 안호영 의원도 법안을 발의했다. “근로라는 용어는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된 용어로 국가의 통제적 의미가 담겨 있다”라며 “노동이라는 가치 중립적인 용어로 대체해야 한다”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노동절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법안은 18대 국회에서 20대 국회까지 매번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근로’와 ‘노동’ 두 용어 중 어느 쪽을 택할지 논란에 대해 정리해 본다.
먼저 노동계는 그간 줄기차게 노동절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근로자의 날은 그 뿌리가 미국에서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유혈 투쟁에 있다는 주장이다. 메이데이라고도 불리는 노동절은 1889년 7월에 열린 제2 인터내셔널의 창립대회에서 결정됐다.
우리나라는 1963년 근로자의 날을 법으로 제정했다.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동조합총연합회 창립일인 3월 10일을 기념해 오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노동계 주장을 받아들여 5월 1일로 변경했다. 노동계는 명칭도 노동절로 변경하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 대신 ‘근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헌법 등 기존 법체계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로라는 용어가 사용된 배경은 역시 이념 대립에 있다. 법제처 홈페이지에 수록된 입법자료(2008년)에 소개돼 있다. 조정찬 당시 법제관은 “해방 후 제헌 당시까지 북한 공산집단이 말끝마다 노동자·농민을 내세우며 온갖 폭력과 불법행동을 자행한 데 대한 경계심 내지 염증에서 ‘노동자’ 대신 ‘근로자’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제헌 헌법부터 ‘근로의 권리’, ‘근로자’ 등 ‘근로’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하위 법령도 헌법의 예를 따랐다. 이 같은 법률 체계를 고려할 때 다른 법령을 무시한 채 ‘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조 법제관은 의문을 제시했다.
이런 견해는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근로자의 날’을 유지하자는 의견의 근거로 제시됐다. 18대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법안을 발의했지만 다른 법률 체계와의 혼란 등이 지적됐다. 박지원 의원과 강성천 의원이 각각 발의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결국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19대 국회는 심상정 의원, 20대 국회는 이정미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노동’이라는 명칭을 되찾아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힘을 실었지만 역시 법령 체계와의 혼란을 이유로 개정되지 못했다.
21대 국회 들어 여당이 ‘노동절’로의 명칭 변경을 역점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법률 용어의 가치중립성과 명확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고 전제한 뒤, “헌법 개정 논의와 다른 법률에서의 개정 논의 등을 고려하여 법률용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근로’ 보다는 ‘노동’이 가치 중립적이다”라는 환노위 전문위원실 설명은 노동계의 주장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앞서 본 법제처의 2008년 입법자료에 따르면 ‘근로’보다 ‘노동’이 더 이념적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시대 변화도 고려해야겠지만 이처럼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 볼 점이 적지 않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