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전례없이 커지면서 사상 첫 파업 위기에 놓인 기업이 늘고 있다. 잇단 사무직 노조 설립도 기업에 부담이다. 복수 노조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에 몰린 회사들은 “‘파업 무풍지대’가 없다”며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첫 파업 가능성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파업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2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로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최근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등 쟁의 활동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점을 이유로 △기본인상률 6.8% △위험수당 현실화 △해외 출장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이미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기본 인상률 4.5% 이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측 교섭위원 교체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27일 열린 4차 본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조만간 중앙노동위원회에 교섭 중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중노위에서 만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쟁의권을 얻게 된다.

사무직 노조 잇따라 설립

최근 몇 년간 설립된 사무직 노조도 점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2018년 대졸 연구개발(R&D) 직원들이 설립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산하 이천·청주 전임직(생산직) 노조로 나뉘어 있다.

SK하이닉스 구성원 약 2만8000명 가운데 생산직은 1만30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반면 기술사무직은 1만5000여 명으로 이 중 1600여 명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 측도 소수라는 이유로 기술사무직 노조를 노사 합의 과정에서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기술사무직 노조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엔 성과평가제도와 관련해 SK하이닉스와 생산직 노조 간의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노노(勞勞)갈등이 확산되는 점도 SK하이닉스로선 곤혹스럽다. 노조가 통일된 입장을 내놓지 않으니 회사도 노사 대립 사항을 명쾌하게 해결하기 힘들어서다.

LG전자에선 지난 2월 사무직 노조가 결성됐다.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생산직 중심의 기존 노조가 사측과 합의한 연봉 9% 인상안이 불만족스럽다는 이유로 사측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5월 시작한 임단협 협상을 2년째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2019·2020년 2년치 통합 잠정합의안은 두 차례나 부결됐다. 집행부는 ‘기본급 동결’에 사측과 합의했지만 상당수 조합원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현대중공업 사무직도 최근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고 별도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