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박수칠 때 떠나는 박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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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실적 낸 뒤 깜짝 사임
금호석화 1분기 이익 사상 최대
NB라텍스 등 역대급 호황
1년 이익 82%, 석달에 벌어들여
지금이 퇴임할 최적의 타이밍
조카와 경영권 분쟁 겪으며 결단
금호석화 1분기 이익 사상 최대
NB라텍스 등 역대급 호황
1년 이익 82%, 석달에 벌어들여
지금이 퇴임할 최적의 타이밍
조카와 경영권 분쟁 겪으며 결단
금호석유화학이 올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82%를 한 분기에 벌어들였다. 합성고무, 합성수지, 페놀유도체 등 사업 전 영역에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회사가 ‘역대급 실적’을 공개한 4일 박찬구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결정을 했다. ‘박수 칠 때 떠나는’ 모양새가 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다.
시장에선 금호석유화학의 어닝서프라이즈를 예측했지만, 영업이익은 5000억원대일 것으로 봤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 평균치)도 4200억원가량이었다. 누구도 6000억원 이상을 예상하진 못했다. 지난해에도 하반기부터 시황이 좋아 이익을 많이 거뒀는데,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이익(7422억원)의 약 82%를 한 분기 만에 달성했다.
합성고무사업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라텍스 장갑의 원료가 되는 NB라텍스 판매가 좋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라텍스 장갑 판매가 폭증한 영향이다. 라텍스 장갑은 과거 의료용 등 제한된 용도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요식업, 산업용, 가정용 등으로 사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여기에 타이어 소재(SBR) 업황도 좋아져 전체 이익의 약 절반(2921억원)이 합성고무사업에서 나왔다.
합성수지사업부 실적도 좋았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많이 들어가는 고부가합성수지(ABS)와 배달용기 등에 쓰이는 폴리스티렌(PS)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페인트 원료인 에폭시 등 페놀유도체 부문에서도 2000억원 가까운 이익이 났다.
업계에선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개선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올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는 것은 물론 2조원도 달성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와 경영권을 놓고 주주총회에서 다퉜다. 박 회장은 표 대결 끝에 주주들의 신임을 받아 경영권을 지켜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박 전 상무는 지분 약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올 들어 지분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박 회장 지분은 6.69%로 아들 박준경 전무 지분(7.17%)을 합쳐도 약 14%에 그친다. 지분 약 8%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3월 주총에선 박 회장 손을 들어줘 승리했으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경영권을 지켜낸 박 회장은 이번 기회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도 퇴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면 실적이 가장 좋을 때가 최적의 타이밍일 수 있다. 일각에선 추후 경영 복귀 가능성을 열어 놓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법무부의 취업 제한 통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은 2018년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대표로 복귀했다가 법무부로부터 취업 제한 통보를 받았다. 박 회장은 이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안재광 기자
또 어닝서프라이즈 기록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분기에 매출 1조8545억원, 영업이익 6125억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분기 역대 최대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1.3%, 영업이익은 무려 360.2% 증가했다. 1분기 영업이익률 또한 역대 최고인 33%를 기록했다.시장에선 금호석유화학의 어닝서프라이즈를 예측했지만, 영업이익은 5000억원대일 것으로 봤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 평균치)도 4200억원가량이었다. 누구도 6000억원 이상을 예상하진 못했다. 지난해에도 하반기부터 시황이 좋아 이익을 많이 거뒀는데,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이익(7422억원)의 약 82%를 한 분기 만에 달성했다.
합성고무사업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라텍스 장갑의 원료가 되는 NB라텍스 판매가 좋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라텍스 장갑 판매가 폭증한 영향이다. 라텍스 장갑은 과거 의료용 등 제한된 용도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요식업, 산업용, 가정용 등으로 사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여기에 타이어 소재(SBR) 업황도 좋아져 전체 이익의 약 절반(2921억원)이 합성고무사업에서 나왔다.
합성수지사업부 실적도 좋았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많이 들어가는 고부가합성수지(ABS)와 배달용기 등에 쓰이는 폴리스티렌(PS)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페인트 원료인 에폭시 등 페놀유도체 부문에서도 2000억원 가까운 이익이 났다.
업계에선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개선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올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는 것은 물론 2조원도 달성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
금호석유화학은 사상 최대 실적을 공개하면서 박 회장의 등기이사 및 대표직 사임 소식도 알렸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경영권 분쟁을 겪은 것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박 회장은 지난 3월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와 경영권을 놓고 주주총회에서 다퉜다. 박 회장은 표 대결 끝에 주주들의 신임을 받아 경영권을 지켜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박 전 상무는 지분 약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올 들어 지분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박 회장 지분은 6.69%로 아들 박준경 전무 지분(7.17%)을 합쳐도 약 14%에 그친다. 지분 약 8%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3월 주총에선 박 회장 손을 들어줘 승리했으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경영권을 지켜낸 박 회장은 이번 기회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도 퇴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면 실적이 가장 좋을 때가 최적의 타이밍일 수 있다. 일각에선 추후 경영 복귀 가능성을 열어 놓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법무부의 취업 제한 통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은 2018년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대표로 복귀했다가 법무부로부터 취업 제한 통보를 받았다. 박 회장은 이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