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차로 2시간 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의 비행기 운항을 금지한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발의한 기후변화 법안을 찬성 322표, 반대 77표, 기권 145표로 채택했다. 프랑스 하원은 마크롱 대통령 소속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우파 정당이 득세한 상원에서는 내달 법안 심사에 들어간다. 프랑스24는 "이번 법안 통과로 (임기가 1년 남은) 마크롱 대통령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친환경 그린 이미지를 확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법안의 골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운행시간이 2시간 30분 이하인 국내선 비행을 제한시킨다. 파리 오를리공항과 낭트, 리옹 공항을 잇는 국내선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를 두고 철도전문매체 IRJ는 "프랑스 국적항공사 에어프랑스가 정부로부터 코로나19 지원금 70억유로를 받는 대가로 고속열차 떼제베(TGV)와의 경쟁을 멈추게 됐다"고 표현했다.

국내선 비행 제한 외에도 여러 조치가 법안에 포함됐다. 에너지 등급이 낮은 집은 2028년부터 임대를 금지하고, 공립학교는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은 채식 메뉴를 제공해야 한다. 내년 4월부터 식당과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서 가스히터를 사용할 수 없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마트 등에서는 포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의류,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이를 라벨에 표시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1㎞당 123g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신형 자동차 판매를 종료하고, 디젤 자동차에 제공하던 세금 혜택도 폐지한다. 뿐만 아니라 물이나 공기, 토양을 고의로 오염시킨 원인제공자에 대해 형사처벌할 수 있는 '환경학살(ecocide)' 혐의를 신설했다. 해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환경 복원까지 책임져야 한다.

바바라 퐁필리 환경부 장관은 표결에 앞서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려면 프랑스 시민들의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이번 법안은 마크롱 대통령 임기 중 가장 유의미한 법안들 중 하나"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환경 운동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법안에 대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장프랑수아 쥘리아르 그린피스 프랑스지부 대표는 "15년 전에나 통했을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김리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