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석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이 내부 AI망을 검토하고 있다
임준석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이 내부 AI망을 검토하고 있다

#사례1 안저영상분석AI ‘메디웨일(Medi Whale)’

60세 남성은 의료기기 앞에 앉아 눈 안쪽, 망막을 촬영한다. 몇 초 뒤 AI는 검사자의 안과질환과 순환기질환 위험도 측정 결과를 출력한다. 남성은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의사에게 화상진료를 받는다.

지난 1월 싱가포르에서 시연한 AI검진 모습이다. AI는 세브란스 연구팀(김성수 안과 교수, 박성하 심장내과 교수)이 스타트업과 공동 개발한 ‘닥터 눈(DrNoon)’이다. 세브란스 연구팀은 지난해 해외 유수 연구기관과 함께 망막 AI 검사를 통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AI 개발에 성공했다. 예측 결과 수준은 관상동맥 CT검사(관상동맥석회화지수 검사)만큼이나 높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 AI 개발을 위해 국내는 물론 싱가포르, 중국, 영국의 의료 빅데이터 20만 건 이상을 학습과 검증에 활용했다. 간단한 눈 검사 하나만으로도 전 세계 사망원인 1, 2위인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당 기술은 이번 달 디지털 헬스 최고 저널인 ‘The Lancet Digital Health’ 5월호에 게재됐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Software as a Medical Device) DrNoon은 유럽, 싱가포르의 의료기기 인증을 완료해 해외 임상에 먼저 도입됐다. 국내에서는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돼 곧 환자 진료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DrNoon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도 손쉽게 허혈성심질환, 뇌혈관질환 등을 조기에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례2 영상의학과 AI판독 보조

세브란스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는 AI가 ‘유방촬영(mammography)’과 동시에 이상 유무와 함께 유방암 가능성을 알려준다. 사례 수십만 건을 학습한 AI 덕분에 유방 촬영기만으로는 발견이 어려운 조기 침윤성 유방암 등의 질환도 조기 진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진단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한 것은 물론이다.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에서 바로 확인 할 수 있어 진단이 효율적이고, 환자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AI의 강점이다. 유방촬영술에 적용된 AI는 용인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은경 교수가 ㈜루닛과 함께 개발했다. 경험치가 높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는 판독 시간을 줄여주고, 경험이 부족한 의사에게는 올바른 판독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진료 보조자가 되는 셈이다.

연세의료원이 도입한 음성인식 AI는 영상자료를 판독할 때 의사의 음성을 인식해 의무기록문서로 전환한다. 영상판독이 실시간으로 기록돼 행정 업무 시간을 줄이고, 의사가 직접 문서화된 의무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음성인식 AI는 음성기록이 많은 진료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간호기록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이승구 주임교수는 “판독보조를 넘어 더 빠르고 정확한 영상진단 및 환자안전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은 의료 전 분야에 걸쳐 AI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실제 임상현장에 적용하면서 의료 AI 선도모델을 만들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정경수 교수와 AI전문기업 에이아이트릭스가 개발한 ‘바이탈 케어’는 심박, 산소포화도, 체온 등 환자 바이탈 사인 등의 의료정보를 분석해 질병 악화 징후를 조기에 예측하는 플랫폼이다. 패혈증 등 감염성 질환의 조기 위험 예측에 활용되고 있다. 건강검진에 활용 중인 ‘닥터앤서’ 시스템은 검진 정보를 바탕으로 심장질환 발병 위험도를 예측해 환자에게 건강관리를 안내하는 AI다. 말초혈액 도말검사의 혈구 특징 분석, 망상적혈구 분류 자동인식 프로그램(VisionHema), 유방암 병리조직 이미지 자동 분석 프로그램 등의 AI 솔루션들도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병원을 표방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AI를 포함한 각종 스마트 병원 솔루션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유용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그 중 ㈜루닛의 흉부엑스레이 판독보조 AI의 경우 병원에서 촬영되는 모든 엑스레이 영상을 실시간 분석하는 능력을 평가받고 있다. 유용성이 최종 확인되는 대로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 기반 5G 복합방역로봇은 마스크 착용 여부를 인지하고 체온을 측정하며, 내원객 밀집도에 따라 거리두기 주의 안내 등 다양한 방역활동을 돕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의학적 난제들을 풀기 위한 새로운 AI의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기반 난치성 종양 신규 치료 표적 발굴 연구, 환자 유전체 및 항암제 반응 정보를 활용한 AI 신약개발, AI 기반 ICU(집중치료실) 환자 위험도 예측 솔루션 등이다. 또 인공지능 기반 내시경 판독 솔루션과 뇌영상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증상과 심각도를 예측하는 AI, 뇌 MRI 영상에서 동맥류를 검출하는 AI, 뇌 MRI에서 발견된 뇌종양의 감별 진단을 위한 AI, 심장 MRI AI 자동 분석을 통한 영상-바이오마커 추출 연구 등 다양한 AI 관련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단계에 있다.

데이터 기반 방법론인 의료 AI 연구는 대용량의 의료데이터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연구 환경이 필수적이다. 연세의료원 빅데이터실(실장 예방의학과 김현창 교수)은 세브란스병원을 주관병원으로,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 그리고 14개 협조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자에 선정됐다. 1차년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종료하고, 2차년도 사업을 시작했다.

연세의료원은 사업 수행을 통해 AI와 빅데이터 연구를 위한 데이터의 정제, 저장 및 분석 환경을 개선하고 활용성을 높였다.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도입해 의료원 안팎의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상공간을 마련했다. AI & IoT(사물인터넷) 분석 서버를 업그레이드해 AI 분석 및 IoT 환경을 개선했다. 연구용 망분리를 실시해 대부분의 서버를 안전한 내부망에 두되 외부 연구자도 사용할 수 있는 포털도 별도로 마련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시스템 환경이 부족한 내부연구자는 물론, 외부 공동연구자들이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분석할 수 있는 공간인 빅데이터 분석실도 신설했다.

확보된 특화 의료 데이터는 방대한 분량이다. 유방암 2만3000명 이상, 폐암 2만2000명 이상, 암 유전체와 대장암 각각 6000명 이상, 심혈관질환 13만 명 이상, 호흡기중환자 2만9000명 이상의 데이터다. COVID-19 환자의 데이터도 확보해 명실상부 데이터 기반 연구의 근간을 확고하게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