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의 21세기 아라비안나이트] 예멘이 모카커피 명성을 되찾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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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탓 초토화된 예멘…커피산업 직격
환각성분 '카트' 유행…수자원관리 한계
공정무역으로 커피농장 활성화시켰으면
이희수 <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 >
환각성분 '카트' 유행…수자원관리 한계
공정무역으로 커피농장 활성화시켰으면
이희수 <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 >
![[이희수의 21세기 아라비안나이트] 예멘이 모카커피 명성을 되찾길 기대하며](https://img.hankyung.com/photo/202105/07.21145991.1.jpg)
내전의 와중에 인류에게 가장 사랑받는 기호음료가 된 예멘의 커피와 커피산업이 입은 타격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했다. 기원전 10세기 예멘을 다스렸던 시바 여왕이 솔로몬 왕에게 커피를 끓여 대접했다는 것은 전승에 불과하지만, 이 지역 원주민들은 일찍부터 커피의 효능을 알고 이를 갈아서 동물의 지방과 버무려 사냥이나 이동 시 에너지바로 상용했다고 전해진다.
얼마 전 런던의 한 신문은 특별한 예멘 커피를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알랭 뒤카스가 경영하는 런던 킹크로스역 상업 중심지의 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2만3000원(15파운드)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커피는 내전으로 찌든 2300m 예멘 고산지대에서 수확한 마타리, 야페, 하이미, 하라지, 이스마일리 같은 최고 품질의 아라비카 원두였다. 2900여 개의 자그마한 커피 생산 농가들과 연대해 커피 재배, 생산, 공급, 판매 등을 지원하며 그들에게 생존의 터를 확보해줌과 동시에 최고급 커피를 들여와 최고가로 런던 커피 애호가들에게 판매한 것이다. 예멘에서 출발한 아라비카 품종은 이제 전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커피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커피(coffee)란 용어는 아랍어 카흐와(kahwa)에서 출발했다. 인류가 커피를 처음 음용하고 상업화한 것도 아랍이고, 이를 터키식 커피로 제조해 유럽에 카페 문화를 퍼뜨린 것도 이슬람 세계의 심장부였던 이스탄불이었다. 이처럼 커피 문화의 확산은 이슬람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7세기 중엽 이슬람이 예멘에 전파됐는데, 이 지역에서는 아프리카 문화와 토착 신앙의 영향으로 정통 이슬람보다는 민중 신앙인 수피 종파가 성행했다.
생활에 찌든 예멘 주민들은 언제부터인가 커피 대신 카트라는 잎을 씹기 시작했다. 환각 성분이 강한 카트를 씹으면서 국민 건강은 날로 악화됐고, 카트 재배지가 경작지의 80%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 카트 경작으로 전체적인 수자원 관리에도 한계를 맞게 됐다.
이제 공정무역을 통해 예멘 커피 생산자들에게 적정한 수익을 보장해 주고 생계로서 커피 농장을 다시 활성화하는 일만이 그들을 내전의 고통에서 다시 구하는 첩경일 것이다. 예멘의 아라비카 모카 마타리 커피의 향미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