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정위췬 회장(53)이 리카싱 청쿵그룹 창업자(92)를 제치고 홍콩 최고 부자에 올랐다. 전기자동차 등 신에너지 산업이 부상하면서 부(富)의 재편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포브스 통계를 인용해 지난 3일 기준 정 회장의 자산이 345억달러로 리 창업차를 2억달러 차이로 제쳤다고 5일 보도했다. 이들은 포브스의 글로벌 부호 순위에서 41위와 42위에 각각 올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이 1932억달러로 1위를 지켰다.

정 회장은 자신이 창업한 CATL의 지분 24.5%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의 개인회사인 투자회사 닝보메이산이 CATL지분을 갖는 구조다. 선전증시 상장사인 CATL의 3일 기준 주가는 388위안으로 작년 3월 저점(105위안) 대비 네 배 가까이 올랐다. CATL의 시가총액은 8800억위안(약 152조원)으로 선전증시 2위, 중국 전체로는 10위다.

정 회장은 중국 푸젠성 닝더(寧德)출신으로 2005년 홍콩 시민권을 취득했다. 홍콩 정부의 외부 인재 유치 프로그램에 따른 것으로, 작년 말까지 7000여명이 이 제도를 통해 홍콩 시민권을 받았다.

이공계 명문 상하이교통대 출신인 정 회장은 1999년 휴대폰 배터리를 주로 개발하는 ATL이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이어 2011년에는 ATL을 떠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에 주력하는 CATL을 설립했다. CATL의 중국 이름은 그의 고향 이름을 딴 닝더스다이(寧德時代·영덕시대)다.

CATL은 중국 전기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2015년 57억위안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03억위안으로 5년 만에 9배가량 급증했다. CATL은 현재 LG화학과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를 다투고 있다. 테슬라, BMW,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 대부분에 납품하고 있으며 중국에서의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한편 수십년 동안 홍콩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혔던 리카싱은 홍콩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자산이 줄어드는 추세다. 그는 2018년 장남 빅터 리에게 그룹 회장직을 물려줬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