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동숭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문제점 및 국토교통부 전관 재취업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동숭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문제점 및 국토교통부 전관 재취업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한국도로공사가 최근 2년 간 종합심사낙찰제도(종심제)를 통해 발주한 건설기술용역을 해당 기관의 전관을 영입한 엔지니어링 업체가 모두 수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6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토부와 도공이 종심제로 계약을 체결한 건설기술용역 64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가 2년간 발주한 38개 건설기술용역(총 1530억원)을 수주한 업체는 모두 국토부 출신 전관을 임직원으로 두고 있었다. 같은 시기 도공이 체결한 26개 사업(총 1792억원)도 모두 전관 영입 업체가 수주했다.

경실련은 담합 의혹도 제기했다. 64개 사업 중 단 2개 업체 또는 컨소시엄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이 50개(78%)에 달했다. 특히 도공이 발주한 사업에서는 2개 업체만 입찰한 경우가 92%에 달했다. 업체들의 투찰가격 차이도 적었다. 국토부 사업의 87%, 도공 사업의 85%는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의 투찰금액 차이가 1% 미만이었다.

국토부가 2019년 건설기술용역 분야에서 도입한 종심제는 입찰가격 뿐만 아니라 업체의 기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최저가입찰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했지만 반대로 평가위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게 시민단체 주장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용역업체가 인당 수억원의 지출을 감수하면서 국토부와 도공 출신 퇴직자 영입 경쟁에 나서는 것은 전관이 대규모 용역사업을 수주하는 데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전국 엔지니어링 업체는 3194개다. 그 중 국토부와 도공 출신 전관을 영입한 업체는 50여곳이다. 이 중에서 수주 건수 기준 상위 20개 업체가 184명의 전관을 영입했고, 전체 건설기술용역의 40% 이상을 수주했다. 경실련은 "'전관영입=수주'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혹 제기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종심제가 적용되는 대규모 사업은 실적을 많이 보유한 상위 업체가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관예우’ 영향으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도공 관계자는 "현재 의혹이 제기된 부분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