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매경오픈 최고령 출전자 최상호 "은퇴는 없어, 힘 닿는데까지 칠 것"
“은퇴라는 단어는 평생 쓰지 않고 싶습니다.”

한국 골프의 전설 최상호(67·사진)가 주름 사이에 낀 자외선 차단제를 닦아내며 이같이 말했다. 환갑을 지나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그는 6일 경기 성남시 남서울CC(파71)에서 개막한 GS칼텍스·매경오픈 출전자 중 최고령자다. 1991년, 2005년 이 대회 챔피언인 그는 주최 측이 특별 초청 선수로 출전 자격을 부여하면서 후배들과 함께 뛸 기회를 얻었다. 최상호는 “대회 출전 소식을 접하고 연습에만 몰두했다. 너무 운동을 많이 해서인지 안 쑤시는 곳이 없다”며 껄껄 웃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최다승 기록(43승) 보유자인 그는 한국 남자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다승 2위에 올라 있는 박남신(20승)의 두 배가 넘는다. 현대 골프에선 넘기 힘들어 ‘불멸의 기록’으로도 불린다. 1부 투어 대회 출전 횟수만 313회. GS칼텍스 대회 출전만 올해로 33번째다. 그중 커트 통과를 한 건 30회. 국내 남자골프 최고령 우승(50세4개월25일), 커트 통과 기록(62세4개월1일)도 모두 그의 차지다.

이날 그와 함께 경기한 15승의 최광수가 1960년생, 13승을 보유한 김종덕은 1961년생으로 골프계의 ‘원로’ 격이지만 최상호 앞에선 애교 많은 후배였다. 김종덕은 “최상호 선배님은 비거리가 더 늘어난 것 같다. 나이를 거꾸로 드시는 듯하다”고 덕담을 건넸다. 최광수도 “선배님과 경기해 모처럼 즐겁게 라운드를 했다”며 “최근에 친 골프 라운드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즐거웠다”고 했다. 바로 뒷조에서 경기한 ‘베테랑’ 박상현(38)은 “얼마 만에 90도 인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날 250야드 안팎의 티샷을 보내 건재함을 과시한 최상호는 후배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그는 전반을 버디 2개와 보기 2개, 더블 보기 2개로 마무리했으나 후반 들어 보기 하나 없이 버디 1개를 낚아채 3오버파로 1라운드를 마쳤다. 250야드 안팎의 드라이브 비거리로 건재함을 보여준 그는 중위권 성적으로 2라운드를 맞이한다. 그는 자신의 최고령 커트 통과 기록을 경신할 기회를 잡았다. 최상호는 “커트 통과는 아무래도 어려울 듯하다”며 “오늘 나온 더블 보기 2개가 아쉽다”고 했다.

지난해 이 대회 첫 2연패를 달성한 이태희(37)는 2언더파를 쳐 톱10에 들며 3연패를 향해 성공적인 첫걸음을 뗐다.

성남=조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