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눈 감지 못한 시민군 대변인·까까머리에 교련복 차림으로 산화한 열사들
5·18 외신기자 노먼 소프 "민주주의 꽃피우려 겪은 어려움 젊은 세대 배워야"
외신기자가 기록한 '5·18 최후의 항전지' 41년 만에 공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는 한쪽 눈을 감지 못한 채 전남도청 회의실 바닥에 누워있다.

윤 열사 주변에는 뒷짐을 진 간부, 경계 자세를 취한 병사 등 4명의 계엄군이 저마다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서 있다.

광주상고 1학년 학생이었던 안종필, 문재학 열사는 까까머리에 교련복 차림으로 도경찰국 2층 복도에서 웅크리고 있다.

전남대 2학년생이었던 이정연, 재수생이었던 홍순권, 표구점 점원이었던 박진홍 열사는 버려진 의자가 나뒹구는 도경찰국 민원실 계단 아래에서 널브러졌다.

계엄군은 벽면에서 뜯어낸 칠판을 들것 삼아 열사들의 시신을 도청건물 밖으로 옮겼다.

1980년 5월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국 기자로서 광주를 찾은 노먼 소프가 기록한 '최후의 항전지' 전남도청은 붉은 피로 물들어있었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5·18 당시 외신기자였던 노먼 소프가 촬영한 광주민중항쟁 기록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외신기자가 기록한 '5·18 최후의 항전지' 41년 만에 공개
노먼 소프는 계엄군이 도청 진압을 마친 이후 가정 먼저 내부를 취재한 기자로 알려졌다.

계엄군은 27일 0시 1분께 '상무충정작전'을 시작해 오전 5시 10분께 도청 진압을 마쳤다.

오전 7시 20분께 3공수여단이 20사단에 도청을 인계했고, 오전 7시 30분께 계엄군은 도청 내부를 외신기자에게 먼저 공개했다.

옛도청복원추진단은 노먼 소프가 기록한 도청의 촬영 시간이 오전 7시 30분부터 표기됐다고 설명했다.

추진단은 5·18 사망자 검시 보고서를 대조하고, 유가족 진술을 청취해 사진 속 열사들의 신원을 특정했다.

사진은 항쟁 당시 내부 상황을 복원하는 사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옛도청복원추진단은 탄흔 등 건물에 남긴 흔적과 함께 열사들이 숨을 거둔 자리에도 표식을 남겨 역사성을 보전할 계획이다.

추진단은 계엄군이 들이닥치기 이전 최후의 항전 전야 상황을 고증할 구술과 추가 기록 확보는 과제로 남겨뒀다.

노먼 소프는 필름 카메라와 기자증, 'PRESS' 완장 등 5·18을 취재할 때 사용한 희귀자료를 사진과 함께 기증했다.

외신기자가 기록한 '5·18 최후의 항전지' 41년 만에 공개
옛도청복원추진단은 오는 7일부터 7월 31일까지 옛 도청 별관 2층에서 사진과 자료 등 200여 점을 시민에게 공개한다.

사진과 자료는 5·18 40주년이었던 지난해 한국 정부에 전달돼 1년가량 보존 처리와 디지털 보정이 이뤄졌다.

노먼 소프는 전시를 앞두고 "5·18은 대한민국 민주화를 향한 길고 긴 투쟁의 일부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앞세대가 자유 선거를 확립하고 민주주의를 꽃피우려고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젊은 세대가 배우고 진심으로 감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