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상승 1.5도 억제땐 해빙 영향 절반 줄고, 3도 땐 재앙적 결과 초래
세계 190여개 나라가 합의한 파리 기후변화 협약의 지구 온난화 억제 목표를 달성하느냐에 따라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파리 협약의 목표치 이내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억제하면 빙하 해빙에 의한 해수면 상승이 절반으로 줄고, 기온 상승을 방치해 목표치보다 높은 3도가 오르면 해빙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2060년부터 매년 0.5㎝에 달해 되돌릴 수 없는 재앙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를 각각 다룬 두 논문은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나란히 실렸다.

네이처와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킹스 갈리지 런던'(KCL) 지질학과의 탐신 에드워즈 박사는 50여명의 기후과학자들로 연구팀을 꾸려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춰 빙하와 빙상의 얼음이 녹았을 때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구의 해수면을 65m 끌어올릴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얼음을 가진 남극과 그린란드 대륙빙하의 해빙 시뮬레이션 결과와 얼음의 양은 지구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해수면 상승의 5분의 1을 차지하며 큰 영향을 미치는 22만여개 빙하의 해빙 모델을 결합해 결과를 따졌다.

이 분석에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면 2100년까지 해빙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현재 예측되는 25㎝에서 13㎝로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면 상승에서 그린란드 대륙빙하의 해빙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줄고, 육지 빙하 비중는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남극에서는 상쇄 관계에 있는 강설과 해빙 과정의 불확실성으로 파리 협약 목표 시나리오에 따른 분명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연구팀은 밝혔다.

파리 협약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로 억제하면서 1.5도까지 낮추는 노력을 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에드워즈 박사는 "지구 해수면은 계속 상승하겠지만 해빙에 따른 상승 폭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앰허스트 매사추세츠대학 지구과학과 로버트 드콘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같이 실린 별도의 논문에서 기온 상승을 파리 협약대로 2도로 억제하면 남극에서 지금과 같은 해빙 속도가 유지돼 2060년 이후 해수면이 적어도 연간 0.17㎝씩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20년 사이 가장 빠른 해수면 상승으로 지적됐다.

그나마 지구 온난화 저지 노력이 강화되지 않고 현재 수준에서 방치돼 기온이 평균 3도 오르면 해수면은 매년 0.5㎝씩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2060년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해 남극 얼음의 해빙이 "수 세기에 걸쳐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남극 대륙빙하의 얼음두께 변화. 황색부분이 얼음두께가 얇아지며 얼음 손실이 발행하는 지역을 나타낸다.

[Daniel Martin and Courtney Shafer 제공]


연구팀은 첨단 대륙빙하 예측 모델을 위성 관측과 고기후 자료로 기계학습 시킨 뒤 파리 협약의 목표 이행 여부에 맞춰 남극의 얼음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현재의 정책만으로는 평균 기온이 3도 올라 남극의 대륙빙하를 보호하는 빙붕을 얇게 만들고 2050~2100년 사이에 급격한 빙하 후퇴를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상태에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제거 등과 같은 지구공학적 전략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럿거스대학 지구 시스템 과학 및 정책 실험실의 기후학자 다니엘 길포드 박사는 "대륙빙하가 붕괴하면 수천년에 걸쳐 되돌릴 수 없게 되며, 남극 대륙빙하가 불안정해진다면 수세기 동안 빙하 후퇴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는 CO₂ 포집 등과 같은 조치와 관계없이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파리 협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남극으로부터 중지할 수 없는 재앙적 해수면 상승이 촉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