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또 다시 돌아온 기업들의 중간고사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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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으로 치자면 중간고사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기업들의 신용등급 정기 평가를 말하는 겁니다. 그간 공들인 사업과 재무상태를 점검 받는다는 의미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죠.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신용등급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회사채를 발행할 때 한 번 받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회사채에 신용등급을 부여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정기적으로 기업들의 사업·재무 상태를 점검해 기존 신용등급을 내리거나 올립니다. 물론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 종전 신용등급을 유지하기도 하죠.
전년 실적이 확정되고 새로운 사업연도의 상반기 실적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5~6월에 기업들의 신용등급 상·하향 조정이 몰리는 이유입니다. 이 때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신용등급 정기 평가에 나서거든요.
벌써 일부 기업들은 기다리던 신용등급 상향 조정 '낭보'를 전해 들었을 겁니다. 반대로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안팎으로 비상이 걸린 기업도 있을 것이고요.
정기 평가에 분주한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위기를 살짝 엿봤습니다. 기본적으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용등급 하향 우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에 비해선 하향 기조가 완화될 것이란 내부 전망이 많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단 코로나19의 타격을 심하게 입은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신용등급이 떨어졌답니다. 아마 올 정기 평가 때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기업들은 지난해 부정적 등급 전망 '꼬리표'를 단 경우일 겁니다. 또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건 맞지만 주요 국가의 생산·유통 체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거든요. 여기에 음식료나 온라인 서비스 업종은 오히려 코로나19의 수혜를 입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시장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대표 업종 몇 개의 정기 평가 결과를 예상해보겠습니다. 가장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업종은 단연 항공업입니다. 지난해 국내 항공운송업의 합산 매출은 12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습니다.
국제화물 호조 덕분에 버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저비용 항공사(LCC)의 외형은 70%가량 위축됐습니다. 항공사의 자체적인 유상증자와 정책금융 지원 성격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덕분에 순차입금 자체는 줄었지만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는 나빠졌습니다. 결국 비우호적인 업황에 대한 대응 능력이나 구조조정 진행 경과 등이 올해 정기 평가 때 항공사들의 신용등급을 좌우할 전망입니다.
호텔·면세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다수 사업자가 영업적자를 내 영업현금창출능력이 바닥을 나타내고 있거든요. 호텔·면세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과 집객력 유지를 위한 사업 역량에 따라 신용도가 차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비해 해운사를 바라보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시선은 우호적입니다. 운임 상승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해운사들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거든요. 그동안 축적된 재무부담 관리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해운사를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석유화학업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도 중국 경제 정상화와 일회용품·포장재·위생용품 수요 확대로 영업실적이 좋았거든요.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M&A)을 단행한 기업들도 있지만 전반적인 업종 재무지표는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내식 비중 확대와 오프라인 판매촉진 경쟁 완화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음식료 기업들도 올해 정기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전망입니다. 이미 신용등급이 오른 음식료 기업들도 있고요.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발 빠르게 적응한 기업들이 결국 '승자'가 될 겁니다. 자본시장 안팎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업종 중 하나는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이익창출능력 개선세 유지 여부와 국내외 투자 유치로 인한 재무적 영향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랍니다.
다만 올해 정기 평가에서도 빈익빈 부익부는 어쩔 수 없을 듯 합니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본부장은 "투자 등급 기업과 투기 등급 기업 간 등급 상하향 배율이 크게 차이가 날 것"이라며 "'K자'형 회복에서 알 수 있듯이 대기업 섹터에선 등급 상향·하향 압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지만 자동차 부품업, 의류업, 내수 서비스업에 집중된 투기 등급 기업들의 경우 실적 저하에 대한 방어 수단이 확실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마트나 SK그룹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M&A나 신규 투자에 나서는 기업 혹은 그룹을 지켜볼 필요도 있습니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이런 결정이 재무안정성 지표, 더 나아가 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답니다. 덧붙이자면, M&A나 신규 투자를 무조건 삐딱한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수익창출능력이 따르지 않으면 통상 신용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신용등급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회사채를 발행할 때 한 번 받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회사채에 신용등급을 부여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정기적으로 기업들의 사업·재무 상태를 점검해 기존 신용등급을 내리거나 올립니다. 물론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 종전 신용등급을 유지하기도 하죠.
전년 실적이 확정되고 새로운 사업연도의 상반기 실적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5~6월에 기업들의 신용등급 상·하향 조정이 몰리는 이유입니다. 이 때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신용등급 정기 평가에 나서거든요.
벌써 일부 기업들은 기다리던 신용등급 상향 조정 '낭보'를 전해 들었을 겁니다. 반대로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안팎으로 비상이 걸린 기업도 있을 것이고요.
정기 평가에 분주한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위기를 살짝 엿봤습니다. 기본적으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용등급 하향 우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에 비해선 하향 기조가 완화될 것이란 내부 전망이 많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단 코로나19의 타격을 심하게 입은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신용등급이 떨어졌답니다. 아마 올 정기 평가 때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기업들은 지난해 부정적 등급 전망 '꼬리표'를 단 경우일 겁니다. 또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건 맞지만 주요 국가의 생산·유통 체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거든요. 여기에 음식료나 온라인 서비스 업종은 오히려 코로나19의 수혜를 입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시장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대표 업종 몇 개의 정기 평가 결과를 예상해보겠습니다. 가장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업종은 단연 항공업입니다. 지난해 국내 항공운송업의 합산 매출은 12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습니다.
국제화물 호조 덕분에 버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저비용 항공사(LCC)의 외형은 70%가량 위축됐습니다. 항공사의 자체적인 유상증자와 정책금융 지원 성격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덕분에 순차입금 자체는 줄었지만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는 나빠졌습니다. 결국 비우호적인 업황에 대한 대응 능력이나 구조조정 진행 경과 등이 올해 정기 평가 때 항공사들의 신용등급을 좌우할 전망입니다.
호텔·면세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다수 사업자가 영업적자를 내 영업현금창출능력이 바닥을 나타내고 있거든요. 호텔·면세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과 집객력 유지를 위한 사업 역량에 따라 신용도가 차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비해 해운사를 바라보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시선은 우호적입니다. 운임 상승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해운사들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거든요. 그동안 축적된 재무부담 관리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해운사를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석유화학업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도 중국 경제 정상화와 일회용품·포장재·위생용품 수요 확대로 영업실적이 좋았거든요.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M&A)을 단행한 기업들도 있지만 전반적인 업종 재무지표는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내식 비중 확대와 오프라인 판매촉진 경쟁 완화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음식료 기업들도 올해 정기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전망입니다. 이미 신용등급이 오른 음식료 기업들도 있고요.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발 빠르게 적응한 기업들이 결국 '승자'가 될 겁니다. 자본시장 안팎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업종 중 하나는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이익창출능력 개선세 유지 여부와 국내외 투자 유치로 인한 재무적 영향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랍니다.
다만 올해 정기 평가에서도 빈익빈 부익부는 어쩔 수 없을 듯 합니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본부장은 "투자 등급 기업과 투기 등급 기업 간 등급 상하향 배율이 크게 차이가 날 것"이라며 "'K자'형 회복에서 알 수 있듯이 대기업 섹터에선 등급 상향·하향 압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지만 자동차 부품업, 의류업, 내수 서비스업에 집중된 투기 등급 기업들의 경우 실적 저하에 대한 방어 수단이 확실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마트나 SK그룹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M&A나 신규 투자에 나서는 기업 혹은 그룹을 지켜볼 필요도 있습니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이런 결정이 재무안정성 지표, 더 나아가 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답니다. 덧붙이자면, M&A나 신규 투자를 무조건 삐딱한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수익창출능력이 따르지 않으면 통상 신용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