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우유 빼고 안 오른게 없다"
경기 회복에 보복소비 폭발 영향
식당 등 음식가격 인상 불가피
'닭고기 대란'에 외식업계도 타격
KFC, 치킨 신제품 홍보 중단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KFC, 윙스톱, 버펄로와일드윙 등 미국 닭고기 테이크아웃 전문점들이 가파르게 급등한 닭고기 값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어너배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당 평균 1달러였던 닭가슴살은 올 들어 두 배 올라 2.04달러(5월 3일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닭가슴살의 지난 10년간 평균 가격은 1.32달러였다.
작년 초 1.5달러 내외에서 거래되던 닭날개도 최근 2.92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WSJ는 “코로나19 여파로 포장 및 배달이 비교적 용이한 닭날개 요리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전문점의 닭날개 판매량은 지난 1년간 3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닭고기 수급난이 심각해지자 KFC는 지난달 가맹점주들에게 치킨 신제품의 온라인 판촉 활동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전문가들은 식료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원인으로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세 △운송비 급증, 공급망 교란 △구인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을 꼽았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외식 대신 직접 요리해 먹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식료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데다 백신 접종 확대와 경기부양책에 따른 현금 지급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면서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도 식료품 가격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가가 점차 회복되면서 운송비 상승을 부추기고 결국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23종의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상품현물지수(BCSI)도 이날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닭고기를 비롯한 모든 육류 가격 상승 원인으로는 곡물 값이 지목됐다. 동물 사료의 원재료인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육류 가격도 덩달아 상승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6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은 부셸(BU·곡물량을 세는 단위·약 25.4㎏)당 7달러를 넘으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소맥협회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 기준인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의 밀 선물 가격도 지난달 30일 기준 부셸당 7.42달러를 찍었다.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요식업계 물가 상승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레스토랑 체인점 아이홉 등을 운영하는 다인브랜드글로벌의 존 페이튼 최고경영자(CEO)는 “가금류와 돼지고기, 팬케이크 믹스 등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고 인건비도 올라 올해 음식 메뉴 가격을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니퍼 바르타셔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올해 물가상승률은 최근 몇 년 새 상승률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광산기업 글렌코어의 이반 글라센버그 CEO는 최근 t당 1만달러를 돌파한 구리 가격에 대해 “1만5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구리 가격이 2025년에 2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