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 측이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유보부 이첩’을 근거로 검찰의 기소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 측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이 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의 지시로 이뤄진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7일 이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의무가 없어 피고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검사는 2019년 3월 22일 성접대·뇌물수수 의혹을 받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심야출국을 시도하자 무혐의 처분을 받은 과거 사건번호로 작성한 긴급출국금지 요청서로 출국을 막고, 사후 승인요청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사번호를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 檢, "유보부 이첩은 행정규칙...검찰 기소권 제한 못 해"

이날 이 검사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제기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수사대상인만큼 이번 사건의 공소권이 공수처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공수처는 지난 3월 3일 ‘김학의 불법출금’과 관련해 수원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았다. 그러나 같은 달 12일 수사 인력 미비 등으로 검찰에게 사건을 재이첩했다. 이때 공수처는 “수사는 검찰에게 넘기지만 공소권은 행사하겠다”며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요구해 검찰과 갈등을 빚었다.

반면 검찰은 “유보부 이첩은 행정규칙에 불과하다”며 공소제기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헌재에서 공수처를 중앙행정기관이라고 판시한 만큼 대외적 효력이 있는 규칙이 아니라 내규 정도로 보는게 맞다”며 “행정규칙은 대외효과가 없어 공수처가 검찰의 기소권에 제한을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첩은 사건을 넘겨받은 기관이 각자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데 ‘유보부 이첩’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수처의 수사권을 대리해서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공수처 기소권이 적법한 것인지, 헌법에 맞게 입법된 것인지 등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너무 멀리가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판단을 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 검사 측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지시로 이뤄진 일"


이 검사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검사로서 대검과 법무부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했을 뿐”이라며 “당시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사전지시를 전달받아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요청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이 말하는 직권남용의 주체는 봉 대검 차장검사이고 그 대상자가 이 검사”라고 피력했다. 또한 그 외의 범죄 은닉혐의와 자격에 없는 공문서 작성 등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차 본부장 측 변호인 역시 "앞으로 재판을 통해 피고인들이 김 전 차관이라는 중대범죄 혐의자의 해외도피를 막기 위해 긴박한 상황에도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하고자 노력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겠다"며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차 본부장은 이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해 불법적으로 긴급출금 조치한 사정을 알면서도 출금 요청을 승인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들을 통해 2019년 3월 19∼22일 177차례 김 전 차관의 이름과 생년월일, 출입국 규제 정보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이 검사가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연관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약 50일 전에 허위면담보고서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검찰에 재이첩하거나 수사하지도 않는다”며 “이규원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반쪽 행위만 평가하는 ‘반쪽 재판’이 될까 우려된다”고 공수처의 행위를 지적했다.

한편 봉욱 전 차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이 검사측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오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