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70여명에게 주택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 세 모녀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주택의 전세가와 매매가 격차가 작은 점을 이용하는 ‘갭투자’로 전국에서 500채가 넘는 주택을 소유하며 임대 사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갭' 작은 신축빌라 노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50대 A씨와 그의 딸 B(32)· C(29)씨를 사기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들은 전세가와 매매가 간 격차가 작은 신축빌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끼고 적은 돈만 들여 집을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투자 방식이다. 전세가와 매매가가 아예 같아지거나,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매물을 활용해 자기 자본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주택을 사기도 했다.

딸 B씨와 C씨는 지난 2017년 8∼9월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당시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12채에 그쳤으나, 2년 만인 2019년에는 주택을 524채까지 급격히 늘렸다. 2019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해 논란이 됐던 강모씨(임대주택 283채)가 소유한 주택의 2배에 달한다.

이후 B씨와 C씨의 주택은 2020년 417채, 이달 6일 기준 397채까지 줄어든 상태다. 전세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세입자에게 주택을 떠넘기거나 주택을 경매에 넘기며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소 의원실 측은 “자매는 투자 목적으로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로 소유 주택을 크게 불렸다”며 “어머니 명의까지 확인되면 세 모녀의 주택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HUG, 지난해 집주인 대신 돌려준 전세금 6801억원

세 모녀가 소유한 주택에 사는 세입자 70%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도 없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을 거부해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한다.

세 모녀의 주택 중 이런 보험에 가입된 주택은 지난해 기준 125채에 불과했다. HUG는 이 중 지난해 18건의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액수로는 38억원에 달한다.

전세금 반환 사고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으로 지불한 대위변제 금액은 2017년 1823억원에서 지난해 6801억원으로 4배가량 불어났다.

최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