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희/사진=블레스이엔티
윤병희/사진=블레스이엔티
진정한 신스틸러였다.

SBS '스토브리그'의 열정 넘치는 스카우트팀 팀장, tvN '악의꽃'에서 연쇄살인범에게 아내를 잃은 피해자이자 살인마가 된 남편 박경춘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윤병희는 tvN '빈센조'에서 지푸라기 법률사무실 사무장 남주성 역을 맡으며 또 다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전작의 이미지는 완벽하게 지웠다. 겁 많고, 의리 넘치는 남주성이 빈센조(송중기)와 홍차영(전여빈)에게 "변호사녬"을 외칠 때마다 '빵빵' 터지는 장면들이 완성됐다.

'빈센조'가 종영한 후 마주한 윤병희는 "드라마가 끝난지 일주일, 촬영이 끝난지는 3주가 됐는데 아직도 그 추억에 젖어있다"며 "현장에서 얻었던 좋은 에너지들을 다음 작품에서도 잘 쏟아보려 한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윤병희가 연기한 남주성은 홍유찬(유재명) 변호사를 인간적으로 따르고 믿고 신뢰했던 인물. 홍유찬이 바벨 그룹에 대항해 싸우다 사망하면서 복수를 위해 지푸라기에 남아 빈센조, 홍차영을 돕는다.

과거를 숨기고 있던 금가프라자 사람들 중 가장 먼저 '특수분장'을 했던 이력이 공개돼 금가프라자 공인 '금손'으로 불리기도. 겁도 많고, 지질한 부분도 있지만 그런 모습까지 귀엽고 유쾌하게 연기하며 사랑스러운 '사무장녬'을 만든 건 배우 윤병희의 힘이었다.

"'빈센조' 방영 전 3000명 정도였던 SNS 팔로워 수가 지금은 3만 명이 넘는다"면서 눈에 띄게 달라진 인기를 전한 윤병희는 "외국 분들이 DM도 보내시고, 댓글도 다는게 너무 신기하다"면서 "번역기를 열심히 돌리고 있다"면서 웃었다.

'빈센조' 출연 배우 모두의 찬사를 받았던 연출자 김희원 감독은 "윤병희 배우가 미팅 중 책상에 떨어진 볼펜을 줍는 걸 보고 바로 '이분이다' 싶었다"면서 제작발표회 당시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감독의 칭찬을 언급하자 부끄러워하던 윤병희는 "대본에 남주성이 누워있다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어서 극적인 효과를 주려고 일부러 그렇게 연기한 것"이라고 뒷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했다.

남주성의 독특한 헤어스타일, 패션도 "작가님이 그려놓은 주성의 말과 행동을 보고, 분장팀과 의상팀이 고민해주셨다"고 모든 공을 돌렸다. 그렇지만 윤병희가 자신있게 "제가 했다"고 밝힌 건 "님"을 "녬"이라는 말하는 독특한 말투였다.

"처음엔 '변호사님'이라고 했는데, 주성이는 열려있는 인물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변호사녬'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는데, 뭔가 주변에서도 반응이 남다르더라고요. 느낌이 왔죠. '아, 이거다' 싶었고요. 그때부터 '변호사녬'이라고 한 거 같아요. 대본에 '녬'이 정말 많더라고요. '사장녬', '스녬' 신나게 했어요.(웃음)"
윤병희/사진=블레스이엔티
윤병희/사진=블레스이엔티
'빈센조' 스토리가 갖는 통쾌한 매력이 "저 역시 이런 엔딩이 가능할까 싶었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거듭 드러냈던 윤병희는 특히 함께 지푸라기에서 호흡했던 송중기, 전여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주연배우로 엄청난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했다는 것.

"저도 단역을 오래해서 알아요. 주인공으로서의 책임감, 형식적으로 뭔가를 하는게 아니라 진짜 마음으로 주변을 챙긴다는게 느껴졌어요. 지나가는 말로 '소화가 안된다'고 매니저에게 말하는 걸 듣고 소화제를 챙겨주는 친구들이죠. 그런 섬세함이 연기로도 나오는 거 같아요."

세 사람의 합으로 대본에 없던 명장면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서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공유하면서 '빈센조'를 함께 만들었기에 "더욱 애정이 가고, 절대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는 게 윤병희의 설명이었다.

그런 그가 송중기에게 발끈한 건 "다른 사람들이 욕해도 홍차영을 가장 지지한다"는 발언보다 "시즌2는 없다"는 인터뷰였다. 윤병희는 시즌2에 대한 여지도 주지 않았던 송중기에게 "꼭,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었냐"면서 "하지만 저희가 발끈해 항의해도 중기는 눈하나 깜박하지 않을 거다. 그런 매력이 있는 친구다"며 웃었다.
윤병희/사진=블레스이엔티
윤병희/사진=블레스이엔티
주변의 반응들도 이전과 달랐다고. 윤병희의 긴 무명의 시간을 묵묵히 응원해준 가족들 역시 '빈센조'에 열광하며 열혈 시청을 했다.

"어머니는 중기 옆에 있으니까 더 비교가 되셨나봐요. '눈 좀 크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매회 방송에 나오니까 그게 너무 좋으셨나봐요. 매주 본방사수를 위해 주말 저녁에도 일찍 집에 가셨어요. 누나들과 매형은 질문이 많아졌어요. '송중기 피부는 실제로도 그렇게 좋냐'고 묻고요. '다음 회엔 어떻게 되냐'고 자꾸 묻는데 저는 끝까지 답을 하지 않으면서 약간의 마찰이 있었죠.(웃음)"

무엇보다 윤병희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매주 꼼꼼하게 모니터를 하면서 "(윤병희의) 어깨에 힘이 들어갈까봐 강인하게 키운다"고.

"아내도 송중기를 좋아하더라고요. 말로는 아니라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맞아요. 그런데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아이들도 영상 클립도 찾아보던데요」. 아이들도 출연 배우들의 이름을 다 알더라고요."

'빈센조'를 언급할 때마다 눈빛을 반짝이며 기뻐하던 윤병희였지만, "이 작품을 했다고 해서 제 스스로가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묵묵하고 꿋꿋하게 버텨왔고, 성장했던 만큼,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영화 '범죄도시'로 '쟤, 누구야?'까지 갔고, 그래서 오디션 기회도 많아졌어요. 그 와중에 '미스터 션샤인', '스토브리그'를 출연하게 됐고, 그런 것들이 연결 돼 '빈센조'까지 왔죠.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들이라 저에겐 모든 작품들이 중요하고 감사해요. 저의 짧은 한 순간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치열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요 몇 년 운이 잘 따라줬는데, 그 운을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