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사진=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넥스턴바이오)가 최대주주를 스튜디오산타클로스로 변경한 지 두 달 만에 EV첨단소재(옛 액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주력 사업 분야가 아닌 최대주주와 관계된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실적도 부진한 데다가 사업 연계성도 없는 액트 투자를 두고 '최대주주를 위한 우회 자금지원'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턴바이오는 지난 6일 액트가 발행한 3년 만기 150억원어치 전환사채(CB)에 투자했다. 이는 자기자본의 15.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액트는 스마트폰이나 소형 전자 부품에 주로 사용되는 연성회로기판을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달 사명을 EV첨단소재로 바꾸고, 전기차 부품 관련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최근 3년간 매출이 줄더니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보다 12.6% 줄어든 458억원을 기록했으며, 9억8000만원이던 영업이익은 4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넥스턴바이오와 액트의 사업 연계성도 크지가 않다. 넥스턴바이오는 컴퓨터수치제어(CNC) 자동선반 등 초정밀 장비 제조와 3차원 심혈관 지능형 중재시술 로봇시스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스마트팩토리 시장 확대와 함께 주목받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미국에 소재한 로스비보 테라퓨틱스에 투자해 지분 50%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바이오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넥스턴바이오는 이번 액트의 CB투자를 두고 투자수익 창출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넥스턴바이오가 투자한 액트의 CB 전환가액은 5642원, 전환청구 기간은 내년 5월7일부터다. 현재 액트가 52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안에 주가가 5642원 이상 올라야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알고보니 실질적 주인 같다?…우회 자금지원 의혹

주인 바뀐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액트 전환사채 투자…왜?
시장에선 넥스턴바이오가 최대주주 변경된 지 두 달 만에 액트의 CB를 사들인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넥스턴바이오와 액트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같기 때문이다.

넥스턴바이오는 지난 3월 최대주주가 엔터테인먼트업체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최대주주는 에스엘바이오닉스(옛 세미콘라이트)이며, 액트의 최대주주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 13.98%를 보유한 세미콘라이트이다.

세미콘라이트는 현재 보유 중인 액트의 지분을 미다스홀딩스 외 6인을 대상으로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액트의 최대주주 지위를 가지고 있다. 반면 세미콘라이트의 최대주주는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퓨전데이타'(퓨전)라는 상장사다.

정리해보면 '퓨전→세미콘라이트→스튜디오산타클로스→넥스턴바이오'의 지배구조를 가진다. 여기에 세미콘라이트는 액트의 최대주주이며, 넥스턴바이오는 최대주주가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질적 최대주주(세미콘라이트)가 같은 액트 CB에 15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아울러 신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달 외부서 280억원 넘게 자금을 조달한 넥스턴바이오가 자금 일부를 사용 계획과 달리 액트의 CB 투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다.

액트 CB 투자 소식이 전해지자 넥스턴바이오의 주가는 연일 하향세다. 지난 6일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보다 12.56% 떨어진데 이어 7일에는 10.17% 하락했다. 10일 오후 1시 59분 현재도 6% 넘게 내리면서 1만4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상장사들을 살펴보면 반복적인 이름이 등장한다. 액트는 지난달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온영두씨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온영두씨는 현재 세미콘라이트와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기타비상무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게다가 온영두씨는 퓨전의 사내(등기)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장에선 온영두씨와 온성준씨가 퓨전을 비롯한 세미콘라이트 등을 모두 실질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친형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한편 퓨전은 지난해 4월 회계감사인인 안세회계법인으로부터 '계속기업 존속불확실성 사유'로 2019년 사업연도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게다가 2020년 사업연도 감사의견도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됐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