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봉 덴티스 대표는 10일 인터뷰에서 “투명교정으로 기존 브라켓 교정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덴티스는 지난달 투명교정 플랫폼인 ‘세라핀’을 출시했다. 국내 기업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투명교정 시장을 개척해 임플란트 분야에서처럼 한국산 제품을 세계 곳곳에 공급하겠다는 포부다.
주문 접수부터 배송까지 플랫폼 하나로
덴티스는 치과용 임플란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심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전국 치과 1만4500여곳 중 2500여곳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는 투명교정이다.세라핀을 플랫폼으로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진단부터 투명교정장치 공급 과정을 통합해서다. 투명교정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은 더 있지만, 투명교정 전 과정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기업은 없었다는 것이다.
덴티스는 국내 치과 3차원(3D) 프린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3D 프린터인 ‘제니스’를 이용하면 교정할 치아를 3D로 스캔할 수 있다. 설계 프로그램도 자체 개발했다. 교정 단계별로 환자 맞춤형 설계가 끝난 교정장치는 국내에 있는 제조시설에서 생산된다. 심 대표는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치과의사, 교정 전문의, 치기공 기술자가 스캔된 치아를 보면서 쌍방향으로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며 “주문 접수, 제품 배송 관리와 수정 등을 포함한 모든 과정이 웹사이트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교정 인구 2.5배 늘어날 것"
국내 교정 인구는 연간 20만명 수준이다. 심 대표는 “투명교정 시장을 키우면 이 인구를 50만명으로 늘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간 투명교정은 발치를 해야 할 정도로 교정 범위가 큰 경우에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투명교정으로 교정 가능한 범위가 제한적이었고, 손재주가 뛰어난 치과의사가 많은 국내에선 브라켓 교정이 더 선호됐기 때문이다.브라켓은 치아에 붙이는 금속이나 세라믹으로 된 교정 장치다. 이 교정 방식은 환자의 불편감이 크고 보기에 좋지 않아 사회활동이 많은 30대 이상 연령층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교정치료를 받는 환자 중 성인은 30% 수준에 불과한 이유다.
투명교정은 20일에 한 번꼴로 마우스피스 같이 생긴 투명 장치를 갈아끼우면 된다. 불편감도 적고 육안으로는 티가 잘 나지 않는다. 덴티스는 투명 교정장치 속에 레진을 부착할 수 있게 해 교정력도 끌어올렸다. 심 대표는 “치아를 교정시키려 하는 방향으로 레진을 고정시킨다”며 “기존 브라켓 교정을 대체할 수 있는 투명교정이 보급되면 교정을 망설였던 성인들의 참여로 치아교정 시장 자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 변경에 신속 대응하면서 비용도 적게
국내 투명교정 시장은 외산이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덴티스는 내년 국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쟁 중인 해외 제품은 남미 등 해외에 있는 공장에서 제품을 공급받는다는 게 심 대표의 설명이다. 치료를 변경하게 돼 재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 제품을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덴티스는 디자인 변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국내 생산과 플랫폼 구축이라는 장점을 살려 치아 교정의 모든 단계에 쓰이는 장비를 일괄 제작할 필요가 없다. 단계별로 제품 분할 배송이 가능하다. 심 대표는 “연내 교정장치 생산 공정의 60%가량을 자동화할 수 있는 시설을 완공하겠다”며 “내년이면 월 2000명을 대상으로 교정장치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덴티스는 투명교정으로 유럽 CE 인증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도 받을 계획이다. 교정장치를 삼중구조로 만들고 소재 배열을 다르게 해 기존 제품과의 특허 문제도 해결했다. 심 대표는 “기존 제품 대비 30% 저렴하게 공급해 가격경쟁력도 있다”며 “2025년에는 세계 투명교정 시장점유율 2위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국내 임플란트 시장 점유율 30% 목표"
70여개국에 수출 중인 치과용 임플란트 사업도 올해가 전환점이다. 국내 시장점유율을 현재 18%에서 내년 3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덴티스는 올 하반기 성능을 개선해 출시할 치과용 3D 프린터의 상용화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3D 프린터는 제작에 쓰이는 소재가 제한적이어서 높은 강도가 요구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덴티스는 내달 국내 허가를 목표로 3D 프린터에 사용할 고강도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를 적용한 3D 프린터는 올 하반기 허가를 받는다는 구상이다.심 대표는 “구강 스캐너가 보급되면서 이 스캐너를 활용할 수 있는 3D 프린터 매출도 같이 늘어나고 있다”며 “새로 개발한 소재와 3D 프린터를 적용하면 작업 시간을 기존 대비 4분의 1로 줄이면서 틀니처럼 더 높은 강도가 필요한 장치 제작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80여개국에 수출 중인 의료용 LED 수술등에서도 올해 100억원 이상 매출을 내겠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