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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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 쇼크'에 원·달러 환율이 8원 가까이 내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나빠진 고용 흐름에 따라 통화정책을 바꾸는 시점을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퍼진 결과다. 하지만 자산거품 우려 등도 퍼지는 만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점을 놓고 Fed의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Fed 통화정책 변화 조짐 여부에 따라 앞으로 상반기까지 환율이 1110~1120원 수준을 맴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美 고용회복 시점, 내년으로 밀릴 수도"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1시 15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 30전 내린 달러당 1115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장 초반 환율은 8원 20전 내린 1131원10전까지 떨어졌다.

미 노동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4월 비농업 일자리가 26만6000개 늘어났다고 밝혔다. 올들어 넉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증가폭이 시장 추정치(100만개)를 크게 밑돌았다. 4월 고용지표가 좋아지면 Fed가 테이퍼링 신호를 앞당겨 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추정치를 크게 밑도는 '고용 쇼크'로 테이퍼링 신호가 나올 시점이 더뎌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이 이날부터 공개한 내부자료인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를 보면 "당초 추정치(월 100만명)대로 취업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면 코로나19에 따른 취업자수 감소폭(820만명)을 올해 회복할 것"이라며 "지난 4월처럼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면 내년까지 고용회복이 늦추어질 우려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도이치방크, 바클레이즈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고용지표 부진으로 6월에 테이퍼링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Fed가 흑인·여성·고졸자 실업률 회복을 비롯해 포용적(inclusive) 고용 목표에 관심을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여성·유색인종의 일터 복귀는 늦어지는 등 일반 고용지표보다 이들 포용적 고용지표 회복세가 더 나빠지고 있다. Fed가 이처럼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그만큼 달러는 약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환율도 그만큼 현재 1100원 선 안팎을 맴돌 가능성이 크다.

'에브리싱 랠리마켓'…Fed 보고만 있을까

하지만 Fed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전환할 만한 여건도 무르익고 있다. 자산시장 거품 우려가 커진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가격이 치솟는 '에브리싱 랠리 마켓'(Everything Rally Market)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S&P500(26회), 다우존스 지수(24회)가 사상 최고치 수시로 갈아치우는 가운데 비트코인, 주택,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 중이다. 미 주택가격은 상승률은 지난 2월에 12.0%를 기록해 2006년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일부 자산시장에 거품(frothy)이 꼈다고 언급한 가운데 최근 Fed 금융안정보고서(2021년 5월)도 자산시장 거품 우려를 내비췄다.

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오름세와 항만 컨테이너 부족으로 공급선이 빡빡해지는 등 공급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컨테이너 운임·해상운임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치솟고 반도체 공급 차질로 미국 중고차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회복 우려, 자산거품, 인플레이션 압력 등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통화정책 변화도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파월 의장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메시지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