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정보의 금광"
완성차업체와 협업해 리스크 줄여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와 바이두,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이 최근 내놓은 스마트카 전략을 분석한 결과 총 투자 규모가 190억달러(약 2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년 넘게 스마트카에 투자해 온 미국의 구글이나 애플보다 훨씬 적극적이며 광범위한 계획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19년까지 30개 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주행에 투자한 금액은 총 160억달러였다. 구글의 웨이모가 2009년부터 11년 동안 35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쓴 게 최대였다. 애플은 6년 동안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입했다.
화웨이는 올 한 해에만 스마트카에 10억달러를 쓸 계획이다. 미국의 제재로 기존 주력 산업인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는 화웨이는 스마트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주된 방식은 중국의 기존 완성차업체에 자율주행 운영체계를 공급하는 것이다. 인텔이 PC에 로고를 다는 것처럼 자동차에 '화웨이 인사이드(HI)' 로고를 붙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베이징자동차그룹 계열사인 블루파크, 전기차업체 사이리스 등이 최근 'HI' 로고를 부착한 신차를 잇달아 선보였다. 화웨이는 창안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등에도 자율주행 기술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런 협업 방식은 기존 완성차업체와 화웨이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완성차업체들은 폭스바겐이나 제너럴모터스(GM) 등 해외 경쟁사들은 물론 테슬라나 웨이라이(NIO) 등 신생 전기차업체들에 비해서도 기술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웨이는 자동차를 제조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애플이 기존 완성차업체와 협업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1년에 3000만대가 팔리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홈그라운드라는 점은 빅테크들이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들도록 하는 배경이다. 쉬즈쥔 화웨이 순환회장은 "차 한 대당 1만위안(약 170만원)만 벌 수 있어도 큰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운영체계를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빅테크들이 스마트카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후발 중국이 선발 미국보다 유리" 분석도
중국 최대 검색업체인 바이두도 화웨이와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민영 완성차업체 가운데 가장 큰 지리자동차와 함께 지두자동차를 설립했고, 이 합작사에 5년 동안 77억달러(약 8조6000억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지두차는 향후 3년 내에 첫 신모델을 내놓은 뒤 12~18개월 간격으로 계속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바이두는 2013년부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율주행기술 개발 플랫폼 '아폴로'를 운영해 왔다.중국 최대 인터넷기업인 텐센트는 웨이라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샤오펑의 2대주주로서 이들과 미래차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가전업체인 샤오미는 직접 스마트카를 제조하는 길을 택했다. 스마트카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에 10년 동안 100억달러(약 1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샤오미를 창업한 레이쥔 최고경영자는 "자동차 제조업의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최소 3~5년 동안 엄청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빅테크들의 스마트카 진출이 미국에 비해 늦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컨설팅사 알릭스파트너스는 "자동차 산업은 선도 사업자의 실패를 보고 배운 후발주자가 나중에 더 크게 성공해 왔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