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1.5.10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1.5.10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향후 국정운영 방향과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성과는 부동산 가격 안정으로 집약되게 되는 것인데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재보선 결과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책 기조만큼은 달라질 수 없다"며 "정책 기조를 지켜나가는 가운데 정책을 조정하곘다. 당정청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통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 보완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관료들의 책임'을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여권에서 또다시 '남 탓'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 지사는 "그동안 대통령께서 강조해 오신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없게 하겠다', '평생주택 공급방안 강구',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라는 말씀에 모든 답이 들어있다"며 "그럼에도 해당 관료들이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 미션을 수행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누군가는 책임정치의 차원에서 관료를 비판하는 것에 부정적입니다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집권 여당의 개혁 의제들이 관료의 저항과 사보타주에 번번이 좌절되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 주장에 대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지사가 또 문비어천가를 부르며 대통령에게 아부했다. 이번에는 아부의 희생양이 '개혁에 저항한 관료들'이다"라며 "이 정권은 지난 4년 내내 정책이 실패할 때마다 전 정권 탓을 해왔다. 4년이 지나 전 정권 탓을 하기도 민망했던지 이제는 관료 탓"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 4년간 줄줄이 실패한 부동산 대책을 관료들이 주도해서 만들었나"라고 반문했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부동산 가격 폭등의 책임을 전 정권 등에 떠넘기는 발언이 줄이어 나와 논란이 됐다.

지난해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부동산 폭등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누적된 부동산 부양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저희(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물려받았을 때가 전 정부에서 모든 부동산 관련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받았기 때문에 자금이 부동산에 다 몰리는 시점이었다"고 했다.

김현미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였던 이유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 때 만든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집값 폭등의 주범은 국민의힘"이라고 주장했다. 김두관 의원은 "2014년 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주도해 통과시킨 부동산 3법, 이른바 '강남 특혜 3법' 통과로 강남발(發) 집값 폭등은 시작됐다"며 "말이 부동산법이지 '강남 부자 돈벼락 안기기'였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서는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2014년 말에 나온 법이 (현재 부동산)폭등 주범이라고 할 근거가 뭐가 있나"라며 "그게 문제가 됐으면 지난 3년간 국회에서 고치려고 노력을 해야 했는데, 왜 지금 와서 갑자기 그 이야기를 꺼내나"라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