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TSMC아닌 대만과 싸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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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 황 교수는 "최근 인텔이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하고, 마이크론이 176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 등 한국의 반도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며 "메모리는 우리가 1등이라는 전제를 다시 생각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삼성전자는 TSMC와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 대만이라는 한 국가와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인프라 차원에서 바라보고,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형준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를 안보적 측면에서 바라보고있으며 일종의 전략물자로 보고 있다"며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 및 산업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메모리 분야에 소홀해왔지만 한국이 자칫하다가는 1위 타이틀을 뺏길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종호 소장은 "메모리는 가만히 놔둬도 잘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메모리 기술에 더 집중한뒤 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컴퓨팅 메모리반도체 등 시스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개발(R&D) 지원을 다양한 분야에 조금씩 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창진 세메스 사장은 "반도체 장비 하나를 개발하는 데만 5000억원~1조원 규모의 투자가 들어간다"며 "수십억 단위 국책과제 여러개를 수행한다 해도 그 중에서 하나라도 실제 쓸만한 연구가 나오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안현실 소장은 규제개혁 등 노력도 뒷받침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반도체 공장 하나 짓겠다고 하면 온갖군데서 몰려와 '한 건' 잡은 것처럼 생떼를 쓴다"며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전에 문화와 행정절차 등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고 했다.
이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