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니콜라이 달이라는 유능한 의사를 만난 덕분에 최면요법과 심리치료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 달콤한 결실이 너무도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1901)다. ‘크렘린의 종소리’를 연상시킨다는 인상적인 개시부에 이어 러시아풍의 웅혼한 악상이 펼쳐지는 1악장, 애수 어린 슬픔의 감정과 부드러운 위로를 동시에 안겨주는 2악장, 현란한 기교 속에 삶의 환희를 만끽하면서도 힘들었던 과거를 돌아보는 듯한 3악장까지 더없이 풍부한 감성으로 가득한 명곡이다.
너무 대중적이라는 둥, 영화음악을 듣는 것 같다는 둥 이 곡을 얕잡아보는 평가에 마음이 흔들릴 필요는 없다. 이만큼 직접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데 더 이상 무슨 잡설이 필요하단 말인가!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