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 이상’ 한국 반도체 기업 수가 경쟁국인 대만의 3분의 1, 중국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 구조가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데다 ‘설계-소재-장비-생산’으로 연결되는 생태계 구축에 실패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신문은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뢰해 한국 미국 중국 대만 등 주요 4개국 반도체 상장사의 최근 3년(2018~2020년) 실적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 기업은 글로벌 금융정보업체인 S&P캐피털IQ가 반도체(장비 포함) 업종으로 분류한 곳이다.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을 집계한 결과 인텔(종합반도체), 퀄컴(팹리스), 램리서치(장비) 등이 있는 미국이 32곳으로 가장 많았다. 대만도 TSMC(파운드리), ASE(패키징), 미디어텍(스마트폰 AP) 등 21곳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도 SMIC(파운드리)를 포함, 17곳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7곳에 그쳤다. 반도체 기술력의 ‘뿌리’로 꼽히는 순수 팹리스 중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은 실리콘웍스 한 곳뿐이다. 대만은 미디어텍 외에도 디스플레이칩 전문 노바텍, 네트워크칩의 강자 리얼텍 등 매출 1조원 이상 팹리스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과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2019년부터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나섰지만 뚜렷한 실적이 없다는 평가다.

김태윤 전경련 산업전략팀장은 “국회가 반도체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국내 반도체산업 생태계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