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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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자체와 경찰청 등 공무원들에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공문을 통해 압박한 것으로 11일 드러났다. 특히 경찰은 “코로나 백신 접종 참여를 독려하라”는 보건 당국 압박에 일선 경찰관들을 상대로 ‘백신 접종 속도전'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지휘부가 백신 접종 여부를 자율에 맡기겠다던 당초 약속과 달리,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맞도록 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백신 접종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반강제적으로 이뤄졌다"며 김창룡 경찰청장과 이문수 경남경찰청장에 대한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상태다.
"정부가 백신 접종 압박했다"…부글부글 끓는 경찰관들
11일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질병관리청,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질병관리청 산하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달 23일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에게 ’코로나19예방접종 속도 제고를 위한 협조요청'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경찰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3일 전이었다.


당시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경찰청 뿐 아니라 각 지자체 등에 보낸 공문의 요지는 코로나 백신 접종율을 높여야한다는 것이다. 공문에는 “총 1차 접종자가203.6만명으로 목표300만명 대비 67.9%”라며 “일부 접종대상의 접종 및 사전 예약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확인된 바, 접종대상국 소관부처 책임 하에 접종 안내 및 접종 참여 독려”라고 적혀있다. 이 공문을 접수한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이날 각 국관, 시도경찰청 및 부속기관에 ‘코로나19예방접종 속도 제고를 위한 협조요청'을 보냈다.

이후 경찰청은 ‘코로나 백신 접종 관련 접종률 제고 방안'에 따라 일선 경찰서에 지침을 내렸다. 이 공문에는 “그간 자율적 희망에 따라 접종을 실시할 수 있도록 독려‧안내하여 왔으나, 同 예약 기간 내 접종 관련 부정적 보도 등이 이어지며 접종 예약률이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분석”이라며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 등 접종률은 경찰 활동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직결되는 점을 감안,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수본, 경찰관기동대, 지역경찰 등은 접종율 제고 방안 마련, 4월26일 월요일 화상회의 시 대책 보고하라"고 적혀있다. 또 치안상황관리관실 중심으로 시도청 및 서별 접종 예약‧접종률 현황 파악, 매일12시 기준으로 전 관서별 예약‧접종률 전파‧공유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경찰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은 지난달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2주간 진행됐다. 경찰관 중30세 이상인 접종 대상자는 총11만7579명이고, 이 중 실제 접종을 한 인원은 8만4324명으로 조사됐다. 접종률은71.72%다.

조명희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할 보건 당국이 무리하게 백신 접종율을 높이려다보니 결국 백신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지고 있다”며 “일선 경찰관들이 반강제적으로 백신 접종을 받은 건 아닌지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