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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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대선주자들이 청년을 겨냥한 선심성 아이디어를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고졸 청년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 지원' 아이디어를 꺼냈다가 뭇매를 맞았는데요. 이 지사는 "브레인스토밍을 왜곡한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 선거를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의 발언은 무게감 있게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재 월 소득 82만원 이하에 지급되는 주거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인 청년에게 확대해 지급하자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전역 군인에게 사회출발자금이란 명목으로 3000만원을 지원하자고 했는데요. 청년을 중심으로 주거급여의 대상자를 넓히자는 게 이 전 대표의 주장입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1일 열린 '청년 1인 가구 대책 토론회'에서 "지금도 청년들을 위한 보증금과 월세 대출제도가 있지만 전세대출이 대부분이고 월세 지원은 극히 적다"며 "임대료의 일부를 국가가 보조해줌으로써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청년 가구들이 전국 어디에서 살든지 동등한 사회 출발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치권에서 너도나도 '청년 퍼주기'를 약속하고 있지만, 실제 법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청년은 몇 살까지일까요?

지난해 시행된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청년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합니다. 하지만 청년기본법에는 다른 법령과 조례에서 청년에 대한 연령을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정부 부처나 정책에 따라 청년의 연령을 각각 다르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는 구직 연령인 청년층을 15~29세로 봅니다.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에서는 39세 이하로 청년을 보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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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권 대선주자들의 청년 지원책이 실현될 경우 현실에서 어떤 법을 준용하는지에 따라 수혜 대상이 달라져 갈등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과거 공공기관 등에서 정원의 3% 이상을 34세 이하 청년을 고용하도록 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역시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등 역차별 논란이 있었습니다.

여권 대선주자들의 주장처럼 청년 세대가 실업·저소득·저출산 등의 문제를 겪는 건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단순히 연령을 나눠 지원하는 방식은 또 다른 차별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 근본적인 해결에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다양한 경제·사회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접근이 공평하거나 정의롭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월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인 20대와 50대 중에서 누구에게 먼저 주택급여를 지원하는 게 옳을까요? 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청년기본법에 따라 한국의 청년 인구(19~34세)를 집계해 봤습니다. 지난달 기준 1044만명입니다. 전체 인구 5170만명 가운데 20%에 달합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전체 인구의 5분의 1을 잠재적 수혜 대상 삼아 지원정책을 펴겠다는 겁니다. 이쯤 되니 청년과 노년 사이에 낀 '중년'을 지원하겠다는 주장은 왜 안 나오는지 이상할 지경입니다.

조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