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 사건과 관련 경찰이 부실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현직 경찰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반박 글을 올렸다.

지난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본인 경찰청 소속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매스컴 탔다고 일반 국민들한테 일일이 수사 진행상황을 보고해야 하냐"며 "음모론 퍼트리시는 분들. 의대생 한강 실종 같은 안타까운 사건들 매일 몇 건씩 일어나. 수사는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했다.

누리꾼은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저 사건 맡은 형사팀은 온통 저거에 매달려있을 텐데 퇴근도 못 하고 평소보다 꼼꼼히 살펴보겠지"라며 "그 팀에 배정받은 사건들은 기약 없이 뒤로 밀리는 거고, 그럼 뒤로 밀리는 사건들 CCTV나 블랙박스 지워지는 건?"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팀에서 확인하면 안 되냐고? 그럼 그 팀이 들고 있던 사건들은 또 뒤로 밀리고? 의대생 한강 사건은 매스컴 탔으니까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은 매스컴 못 탔으니 별거 아닌가?"라며 "자꾸 말도 안 되는 음모론 퍼뜨리면 또 거기에 대한 수사보고 써야 되고 언론보고 내야 되고 답변서 작성해야 하고 자꾸 밀리는 거야"라고 했다.

그는 "사람이 흥미 가지는 건 이해하는데 아직 종결도 안 된 사건 이때다 싶어 경찰 물어뜯고 온갖 루머만 쫓아다니며 퍼나르는 거 모습들 보면서 이게 민의인가 싶어 한숨 나고 탈출 못한 수사과 직원들 알아주지도 않는데 주말 없이 고생하는 거 생각나서 속이 갑갑해진다"고 했다.

역시 블라인드에 본인이 현직 경찰관이라고 밝힌 또 다른 누리꾼은 "다들 '방구석 코난'에 빙의했는데 이 사건 때문에 본인 사건이 밀린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라며 "언론에 나오는 게 다 진실인 것 같지?"라고 반문했다.

그는 "차라리 언론에 안타면 사건이 묵히긴 쉬워도 이렇게 언론 탄 사건을 그냥 묵히는 게 가능할 것 같아? 이 사건 담당자들은 잘해야 본전인 사건이야. 칭찬은 둘째 치고 날밤까고 온갖 압박 다 받고 있는 담당자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뭐 이리 대한민국에 방구석 코난들이 많은지"라고 한탄했다.

한편 블라인드는 특정 회사 소속으로 글을 쓰려면 인증을 거쳐야 해 해당 누리꾼들은 실제 현직 경찰일 가능성이 높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