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공원 두 배 면적에 펼쳐진 정원·온실 '자연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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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물원 즐기기
서울식물원은 김포공항 근처 서울 마곡지구 50만4000㎡에 자리잡고 있다. 어린이대공원 크기와 맞먹고 여의도공원의 2.2배, 축구장 70개에 달하는 면적에 공원과 호수, 온실이 펼쳐져 있다. 아무 계획 없이 그저 발걸음 닿는 대로 나무와 꽃 사이를 거닐며 보고 느끼고 향기를 맡아도 좋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드넓은 식물원에서 수년 전 잃어버린 감성을 되살려 줄 청초한 식물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 소설의 어린왕자가 두려워하던 바오바브나무, 열매로 와인을 만들면 맛이 기가 막힌다는 염부나무, 늦은 봄 산책로 사이에서 보랏빛 자태를 뽐낼 아이리스가 당신에게 손짓하는 모습을 말이다.
서울식물원 첫 방문이라면 오전 일찍 부지런을 떨어 주제원으로 직행하는 것이 좋다. 주말 오후엔 방문객이 몰려 입장하려면 긴 줄을 서야 한다. 식물문화센터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주제원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일반적인 돔형 온실이 아니라 오목한 그릇 형태다.
온실은 직경 100m에 높이는 아파트 8층 수준인 최고 28m로 7555㎡ 규모다. 온실 외벽은 촘촘히 연결된 삼각형 유리창 3180장이 감싸고 있다. 천장을 덮은 반투명 판은 유리보다 빛 투과율이 우수한 플라스틱 신소재(ETFE)를 적용했다.
주제원의 온실에 들어서면 더운 공기가 훅 파고든다. 열대, 지중해 기후 식물들에 맞춘 온도다. 인도보리수, 올리브나무, 용혈수 등 열대·지중해 식물 900여 종이 뿜어내는 산소가 온실에 가득차 습한데도 적당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지중해관에선 국내에서 가장 큰 바오바브나무를 볼 수 있다. 밑둥이 직경 1.2m를 넘는다. 가지가 뿌리처럼 얽혀있는 모습 때문에 신이 나무를 뒤집어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은 “바오바브나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만, 제주도를 거쳐 서울식물원까지 온 귀한 나무”라며 “100~150살가량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어린왕자 소설 속 바오바브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가 파고들어 별을 파괴하는 무서운 나무지만, 실제로는 착한 나무다. 잎은 삶아 먹고, 줄기는 전분을 내서 빵으로 만들어 먹고, 열매는 약으로 먹는다. 극심한 건기엔 수분창고 역할까지 해줘 아프리카 사람들은 ‘생명의 나무’라고 부른다.
이 과장은 “열대관에서 가장 키가 큰 식물인 대왕야자도 서울식물원의 자랑거리”라고 했다. 대왕야자는 지구상에 있는 야자나무 중 가장 높이 자라는 식물이다. 서울식물원 대왕야자는 20m 높이로 전봇대처럼 치솟아 있다. 나지막한 다육식물 사이에서 길게 팔을 뻗고 있는 미르틸로칵투스 코찰도 눈에 띈다. 선인장과에 속하는 미르틸로칵투스 코찰은 술, 사탕, 만두소 등으로 먹을 수 있는 만능 열매가 열린다. 올리브나무는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식물원 스타’다. 올리브나무는 산불이나 극심한 환경 변화를 이겨내고 열매를 맺는 생명력을 갖춘 나무다. 고대 이집트에서 종이 대용으로 썼다는 파피루스 앞엔 ‘이 식물만 없었더라도 공부 안 할 수 있었는데…’라고 쓴 푯말이 세워져 있다. 아이들은 연신 파피루스를 탓하며 지나갔다.
파파야, 바나나, 파인애플 등 갖은 열매와 과일도 구석구석 열려 있다. 과일이 탐스러워 툭 하고 따서 먹었다간 식물 훼손으로 7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아직 서울식물원에서 벌금을 부과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말이다.
주제정원에서는 솔비나무, 섬시호, 큰바늘꽃 등 2700여 종의 한국 자생 토종식물을 찬찬히 살펴보며 산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한낮의 강한 햇살을 막아줄 양산이나 모자를 챙겨오는 것을 추천한다.
호수원에선 90종의 아이리스들도 봄부터 피기 시작한다. 호숫가 데크를 따라 보라 분홍 노랑 등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든 붓꽃과 꽃창포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5월 중순이면 절경을 이룬다.
서울식물원은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을 상시 무료 개방한다. 주제원은 월요일은 휴관이고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소인 2000원의 요금을 받는다.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30% 할인해준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드넓은 식물원에서 수년 전 잃어버린 감성을 되살려 줄 청초한 식물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 소설의 어린왕자가 두려워하던 바오바브나무, 열매로 와인을 만들면 맛이 기가 막힌다는 염부나무, 늦은 봄 산책로 사이에서 보랏빛 자태를 뽐낼 아이리스가 당신에게 손짓하는 모습을 말이다.
온실 가득한 900종의 열대·지중해 식물
서울식물원의 공간은 크게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등 4개로 구성된다. 열린숲과 호수원, 습지원은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된 공원이다. 주제원은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야 하는 유료 공간이다. 주제원에 식물원의 핵심인 온실과 주제정원이 포함돼 있다.서울식물원 첫 방문이라면 오전 일찍 부지런을 떨어 주제원으로 직행하는 것이 좋다. 주말 오후엔 방문객이 몰려 입장하려면 긴 줄을 서야 한다. 식물문화센터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주제원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일반적인 돔형 온실이 아니라 오목한 그릇 형태다.
온실은 직경 100m에 높이는 아파트 8층 수준인 최고 28m로 7555㎡ 규모다. 온실 외벽은 촘촘히 연결된 삼각형 유리창 3180장이 감싸고 있다. 천장을 덮은 반투명 판은 유리보다 빛 투과율이 우수한 플라스틱 신소재(ETFE)를 적용했다.
주제원의 온실에 들어서면 더운 공기가 훅 파고든다. 열대, 지중해 기후 식물들에 맞춘 온도다. 인도보리수, 올리브나무, 용혈수 등 열대·지중해 식물 900여 종이 뿜어내는 산소가 온실에 가득차 습한데도 적당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국내 최대 바오바브나무·대왕야자 ‘인기’
온실을 천천히 걷다 보면 제각각 특색을 뽐내는 이색적이고 희귀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지중해관에선 국내에서 가장 큰 바오바브나무를 볼 수 있다. 밑둥이 직경 1.2m를 넘는다. 가지가 뿌리처럼 얽혀있는 모습 때문에 신이 나무를 뒤집어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은 “바오바브나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만, 제주도를 거쳐 서울식물원까지 온 귀한 나무”라며 “100~150살가량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어린왕자 소설 속 바오바브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가 파고들어 별을 파괴하는 무서운 나무지만, 실제로는 착한 나무다. 잎은 삶아 먹고, 줄기는 전분을 내서 빵으로 만들어 먹고, 열매는 약으로 먹는다. 극심한 건기엔 수분창고 역할까지 해줘 아프리카 사람들은 ‘생명의 나무’라고 부른다.
이 과장은 “열대관에서 가장 키가 큰 식물인 대왕야자도 서울식물원의 자랑거리”라고 했다. 대왕야자는 지구상에 있는 야자나무 중 가장 높이 자라는 식물이다. 서울식물원 대왕야자는 20m 높이로 전봇대처럼 치솟아 있다. 나지막한 다육식물 사이에서 길게 팔을 뻗고 있는 미르틸로칵투스 코찰도 눈에 띈다. 선인장과에 속하는 미르틸로칵투스 코찰은 술, 사탕, 만두소 등으로 먹을 수 있는 만능 열매가 열린다. 올리브나무는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식물원 스타’다. 올리브나무는 산불이나 극심한 환경 변화를 이겨내고 열매를 맺는 생명력을 갖춘 나무다. 고대 이집트에서 종이 대용으로 썼다는 파피루스 앞엔 ‘이 식물만 없었더라도 공부 안 할 수 있었는데…’라고 쓴 푯말이 세워져 있다. 아이들은 연신 파피루스를 탓하며 지나갔다.
파파야, 바나나, 파인애플 등 갖은 열매와 과일도 구석구석 열려 있다. 과일이 탐스러워 툭 하고 따서 먹었다간 식물 훼손으로 7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아직 서울식물원에서 벌금을 부과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말이다.
만발한 수국·아이리스 ‘손짓’
5월 서울식물원에는 수국과 아이리스가 만발한다. 온실에서 40여 종의 수국은 화려한 색을 뽐낸다. 지중해관 로마광장으로 가면 수국으로 장식한 4m 높이 조형물 앞에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온실 밖 주제정원에서도 수국을 포함한 달리아, 우단동자 등 5월에 만날 수 있는 꽃들이 거품 형상의 조형물 속에 피어 있어 감각적인 사진을 연달아 뽑아낼 수 있다.주제정원에서는 솔비나무, 섬시호, 큰바늘꽃 등 2700여 종의 한국 자생 토종식물을 찬찬히 살펴보며 산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한낮의 강한 햇살을 막아줄 양산이나 모자를 챙겨오는 것을 추천한다.
호수원에선 90종의 아이리스들도 봄부터 피기 시작한다. 호숫가 데크를 따라 보라 분홍 노랑 등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든 붓꽃과 꽃창포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5월 중순이면 절경을 이룬다.
서울식물원은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을 상시 무료 개방한다. 주제원은 월요일은 휴관이고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소인 2000원의 요금을 받는다.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30% 할인해준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