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ANALYSIS]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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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은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아직까지 섬유화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은 개발되지 못한 상황이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5/01.26325009.1.jpg)
바이러스성 간염이 감소하는 현재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간경화와 간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질환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지방간과는 달리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간 내 염증 및 섬유화를 특징으로 한다.
한 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인구는 2030년까지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미국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인구는 56% 증가해 총 2700만 명 정도가 예상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에서 2002년부터 간 이식 대기를 하고 있는 간암 환자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발생률이 2002년 2%였다가 2017년에는 18%로 15년간 아주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 5명 중 1명은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화(섬유화)를 앓고 간부전과 간암에 의해 사망한다. 단순 지방간에 비해 간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5.7배 높고, 간경화를 동반하면 사망 위험이 10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Cover Story - ANALYSIS]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의 미래](https://img.hankyung.com/photo/202105/01.26410954.1.jpg)
지금까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발병기전에 대해 가장 많이 거론돼 온 가설은 ‘투 히트 가설’로 영국 뉴캐슬대의 올리버 제임스 교수와 크리스토퍼 데이 교수가 1998년에 주창했다.
이 가설에 의하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의 지방산 산화 감소와 지방 합성의 증가 등 다양한 원인 기전에 의해 간세포 내에 중성지방이 축적되는 것이 첫 번째 타격(first hit)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방 축적의 증가는 여러 가지 외부 자극(second hit)에 의한 간세포 손상의 위험을 높인다. 다만 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일부에서만 두 번째 타격인 외부 자극이 작용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진행되는지는 현재 연구 중에 있다.
오랫동안 많은 제약회사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간 조직 내 지방 축적을 감소시키거나 염증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은 몇 가지 개발됐다.
하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 그중에서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의 장기적 예후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섬유화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은 개발되지 못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는 없다. 당뇨병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 고지혈증 치료제 가 의사 재량에 의해 오프라벨 형태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기존 고혈압 또는 당뇨병 약제로 사용되던 약물의 재창출(drug repositioning)에 관한 연구들뿐 아니라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의 조절 및 지질 대사의 변화를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치료하고자 하는 신약 개발의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를 위해 최근 개발 중인 약물요법은 작용기전에 따라 현재까지 크게 4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Cover Story - ANALYSIS]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의 미래](https://img.hankyung.com/photo/202105/01.26324995.1.png)
첫 번째는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지방 생성에 관련된 다양한 효소를 억제하거나 지방산의 미토콘드리아 이용을 개선하는 대사적 표적이다. 두 번째는 세포의 염증 및 세포 손상 표적이다. 염증을 일으키는 세포의 동원을 억제하거나 염증 신호를 차단하는 식이다. 산화 또는 소포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거나 간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방법도 쓰일 수 있다.
세 번째는 담즙산 장간 순환 및 신호전달을 조절하거나 장내미생물총(마이크로바이옴)을 변경하는 표적이다. 네 번째는 간 성상세포를 직접 표적으로 하거나 간에서 콜라겐 침착 감소 또는 섬유 분해를 향상시키는 항섬유증 표적이다.
하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약제의 개발은 더딘 상황이다. 이유는 지방간염의 병리기전이 복잡할 뿐 아니라 현재 임상연구를 하려면 환자들의 간조직을 직접 추출해서 병리소견을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조직 검사는 임상연구 환자와 임상연구 시행 의사 모두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방법이다. 직접 간 내 병리 소견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지방 간염의 정도를 판단할 때 주관적 판단에 의한 영향을 피할 수가 없다는 문제점이 몇몇 임상연구에서 지적됐다. 따라서 임상연구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비침습적 영상의학 검사와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도 같이 진행 중이다.
현재 임상 2상과 3상을 진행 중인 약제들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 개가 있으며 수년 내에는 첫 신약 발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특이적 치료제가 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과 관련해 간 섬유화의 진행을 억제하고 결론적으로 간암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환자들 개개인에게 희망과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 소개>
![[Cover Story - ANALYSIS]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의 미래](https://img.hankyung.com/photo/202105/01.26411705.1.jpg)
2014년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부교수를 거쳐 지난해 동 병원 교수로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대사질환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 대한 논문을 여러 차례 유명 학술지에 게재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