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가게 CCTV 각도 확인하고 14ℓ 락스·테이프 구매
주변 상인들 "인사성 밝고 성실해 보였는데…범행 사실 안 믿겨"
인천 노래주점서 손님 살해된 그 날…업주의 수상한 행동들(종합)
인천 한 노래주점에서 40대 손님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주점 업주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범행 후 그가 한 수상한 행동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10시간이 지나 처음 주점 밖으로 나온 업주는 인근 가게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마트에서 락스와 청테이프 등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인천시 중구 신흥동 한 노래주점 입구에는 '출입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날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A씨가 운영한 가게다.

40대 남성 B씨와 그의 지인이 A씨의 노래주점에 손님으로 온 날은 지난달 21일이었다.

당일 오후 7시 30분께 노래주점을 찾은 이들은 함께 술을 마셨고, 이후 지인은 먼저 자리를 떴으나 B씨는 가게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라졌다.

닷새 후 B씨의 아버지는 "외출한 아들이 귀가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A씨는 신고를 받고 노래주점으로 찾아온 경찰 수사관들에게 "B씨가 (4월 22일) 새벽 2시 조금 넘어서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하다가 나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전담반을 꾸려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장 감식 결과와 CCTV 등을 토대로 A씨를 살인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토대로 이날 오전 8시 30분께 A씨를 인천 자택에서 검거했다.

A씨가 노래주점 안에서 B씨를 살해한 시점은 지난달 22일 오전 2시 이후로 추정된다.

주점 내부 CCTV에 B씨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시간이기 때문이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당일 오후 3시 44분께 범행 후 처음 노래주점 밖으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노래주점 앞 고깃집에 찾아가 사장에게 가게 밖에 설치된 CCTV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물었다.

인천 노래주점서 손님 살해된 그 날…업주의 수상한 행동들(종합)
고깃집 사장은 "그날 A씨가 찾아와 우리 쪽 CCTV가 어느 곳을 비추는지 물어보길래 주차장 쪽은 아니고 가게 앞 정도만 찍는다고 말해줬다"고 기억했다.

그는 "평소 A씨와 마주치면 인사성도 밝고 일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성실한 사람으로 봤다"며 "(주점을 운영한) 2년 동안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근 식당 주인은 "A씨가 평소 밤마다 가게 앞에 나와 있는 모습을 봤다"며 "건장한 체격에 짧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어 씩씩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6시 24분에는 노래주점 인근 마트에 들렀다.

그가 산 물건은 14ℓ짜리 락스 한 통, 청테이프 1개, 스카치테이프 1개였다.

그는 한 손에 락스통을 들고 상의 주머니에 테이프 2개를 넣은 채 노래주점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구매한 락스와 테이프 등이 시신을 훼손하거나 유기하는 과정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범행 후 노래주점 내에 남은 혈흔을 지우기 위해 락스를, 시신을 차량으로 옮길 때 테이프를 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 부분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은 CCTV를 토대로 A씨의 차량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해 인천신항 일대를 유력한 시신 유기 장소로 보고 인근 공사 현장뿐 아니라 매립지와 바다 등지에서 수색하고 있다.

수색에는 수색견 5마리와 드론 2대를 비롯해 수중 수색 요원 4명을 포함한 경찰관 127명이 투입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계속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시신 훼손 등) 여러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