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외국과 비교해 한국 부동산 세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미실현 소득에 대한 세부담이 지나치다는 점을 꼽는다. 가격이 비싼 주택에 더 많은 세금을 걷는 누진적 세율 구조는 대부분의 나라가 마찬가지지만, 소득이 없는데도 일단 고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징벌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점은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의 주택 보유세(재산세)는 집을 처음 사들일 당시 집값이 과세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인 A씨가 현재 시가 20억원짜리 집을 30년 전에 5억원에 사들였다면, 오늘날에도 20억원이 아니라 5억원을 기준으로 재산세가 부과된다는 의미다. 집값이 꾸준히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한 집에서 오래 살수록 재산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한국처럼 한 집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옆집 이웃이 집을 비싸게 팔면 세금이 오르는 구조와 차이가 크다. 미국은 또 연 1만달러 한도로 재산세를 낸 만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재산세를 많이 내도 전체적인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의 재산세는 인상폭이 물가 상승률 이하로 제한된다는 점도 한국과 다르다. 조정근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미국연방 세무사)는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DC 중 45개 주가 주법을 통해 재산세 최대 인상률을 인플레이션율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며 “보통 인상 상한선을 연 2%로 보면 되는데, 미국이 이처럼 재산세 인상률을 제한하는 것은 ‘미실현 소득은 과세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처럼 한 집에 오래 산 은퇴자까지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느는 방식은 실현 소득에만 과세한다는 세금의 기본 원칙이 무너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보유세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 한국의 공시가격에 해당하는 ‘주택평가액’을 3년에 한 번만 측정한다.

한국의 부동산 세제가 해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 사례다. 재산세와 별도로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부동산세를 걷기 위해 종부세 같은 별도의 보유세 항목을 두고 있는 사례를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고 싶으면 재산세 누진 비율을 조정하는 게 정공법”이라며 “세금은 되도록 단순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종부세는 ‘정치적 편가르기’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