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가동 절반 이상 줄어…경영난 심화
자동차 후면 범퍼의 센서를 생산하는 다른 부품업체도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긴급하게 미국 출장을 계획 중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이전보다 50% 이상 줄었다"며 "웃돈을 주고라도 반도체를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절대적인 물량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의 '보릿고개'로 접어들면서 이미 20% 가량 인상된 반도체 가격에 웃돈까지 얹어 평소보다 2∼10배 오른 가격에 반도체를 구매하려는 부품업체들이 늘고 있다.
챠량용 카메라 부품을 만드는 한 부품업체는 최근 원래 반도체 가격의 50∼100%에 달하는 웃돈에 '반도체 급행료'까지 지불하며 물량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도체 현물 시장에서 정상 가격 대비 10∼20% 가량의 급행료를 지불하면 브로커가 개입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의 리드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의 소요 시간)을 줄여 주거나 납품 물량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부품업체들은 반도체 부족과 완성차 납품 물량 감소로 감산에 들어가면서 매출이 하락한데다 인상된 반도체 가격까지 감당해야 해 경영난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차체 프레스 부품을 생산하는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감산에 들어가면서 부품 생산량이 올해 초 사업계획보다 50% 이상 줄었다"며 "이달부터는 생산량이 더 감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그렇다고 해서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축하기 위해 직원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되면 납품 물량이 다시 늘어나면서 인력이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직원을 줄일 수도 없다"며 "매출은 50% 이상 줄었는데 고정비 지출은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구매해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 21곳 중에서는 90.5%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반도체를 직접 취급하지 않는 업체 57곳 중에서는 82.5%가 납품량 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업계는 대출 프로그램 확대, 대출 만기 연장, P-CBO(유동화회사 보증) 발행 확대 및 조건 완화, 고용안정 기금 확대 및 조건 완화, 물류비 감면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졌다"며 "돈을 그냥 달라는 게 아니라 반도체 수급난이 언제 해소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게끔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