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신 최소 55구…"사체처리반 운용 의혹 조사 진행 중"
'북한군 침투설' 거짓 주장 탈북민 신상도 공개…조사개시 1년 간담회
5·18조사위 "계엄군, 옥상서 M60기관총·M1소총으로 조준 사격"(종합2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M60기관총과 M1소총을 이용한 조준 사격을 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12일 조사개시 1년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1980년 당시 광주에 투입된 장병들을 대상으로 방문 조사를 시행해 의미 있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시민군 등 피해자를 중심으로 제기된 계엄군의 기관총 및 조준 사격 정황이 계엄군을 비롯한 가해자의 입에서 총기와 함께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위가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제3공수여단은 1980년 5월 20일 오후 10시 이후 광주역, 22일 이후 광주교도소의 감시탑과 건물 옥상에 각각 M60기관총을 설치하고, M1에 조준경을 부착해 시민들을 살상했다.

제11공수여단도 같은 달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직후 금남로 주요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해 시위대를 향해 조준 사격했음을 인정한 진술도 확보했다.

이는 당시 광주역과 광주교도소 일원에서 발생한 총상 사망자의 사망원인이 일부 칼빈총 총상으로 분류된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조사위는 보고 있다.

1980년대 총상 사망자를 분류할 당시 계엄군의 M16 총상이 아닌 경우는 전부 시민군이 사용한 칼빈총 총상으로 분류했는데, M60기관총이나 M1소총에 의한 사망 개연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복수의 장병 진술을 통해 광주교도소 옆 고속도로에서 차를 타고 지나가던 신혼부부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져 현장에서 매장됐다는 내용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조사위는 탄도학 분야 전문가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전문기관에 관련 진술 내용을 의뢰해 추가로 정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광주봉쇄작전 중 사라진 시신이 최소 55구에 달한다는 정부 공식 발표가 나왔고, 계엄군이 '사체처리반'을 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사위는 "광주봉쇄작전 중 사망한 이들의 시신 중 광주교도소 일원 최소 41구, 주남마을 일원 최소 6구가 확인되지 않았고, 송암동 일원 최소 8구의 시신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암매장을 지시, 실행, 목격했다는 제3공수여단 장병 51명의 증언과 주남마을의 제11공수여단 4개 팀이 광주에 다시 내려와 사체 수습에 참여했다는 증언으로 이런 정황이 확인됐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자신이 북한 특수군으로 직접 광주에 침투했다고 최초 발설한 북한군 출신 북한이탈주민 김명국(가명) 씨가 유튜브에서 북한군사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는 정명운 씨라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정 씨는 조사위에서 1980년 5월 당시 평양에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관련 의혹 확인을 위해 총 9천718권 72만61쪽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며 광주 전일빌딩 등 124개 기관 및 사건 현장을 방문 조사했다.

1980년 당시 광주에 투입된 2만353명의 계엄군 중 200여 명의 증언을 확보했다.

향후 당시 계엄군의 10%에 해당하는 2천명 이상의 증언을 확보할 방침이다.

아울러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스스로 조사를 받겠다고 한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 등 신군부 핵심 관계자 37명에 대해서도 다음 달 이후 본격적인 면담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송선태 위원장은 "저격수로 배치돼 시위대를 조준 사격한 병사가 피해자 유가족을 만나 진실을 고백하고 사죄하겠다는 뜻을 전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 사회공동체가 반목과 갈등, 폄훼와 왜곡을 극복하고 대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5·18조사위 "계엄군, 옥상서 M60기관총·M1소총으로 조준 사격"(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