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부터 시장조성자가 공매도를 치다니, 결국 공모가가 비싸다는 것을 기관도 인정한 셈 아닌가요?”

재테크 파워블로거이자 ‘전업맘 재테크 여왕’으로 알려진 A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 같은 불만을 제기했다. 공모주 대어(大魚)로 꼽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공매도가 가능한 종목으로 분류되자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어졌다. A씨는 ‘신규 상장주 공매도 금지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지난 12일 올렸다.

현재 재개된 공매도는 코스피200 종목과 코스닥150 종목에만 가능하다. 지수에 포함되는 종목은 매년 6월, 12월 두 차례 조정된다. 이달 상장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코스피200 종목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경우 상장 이후 2억원 규모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하는 대차잔액도 12일 기준 5180주였다. 대차잔액은 향후 공매도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A씨는 “투자설명서, 공모주 투자 약관 어디에도 상장일부터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며 “신규 상장주의 경우 지수에 편입되지도 않았는데 시장조성자라는 이유로 증권사에서 상장 첫날부터 공매도와 대차잔액을 늘려간다는 것은 개인투자자에게 무조건 불리할 수밖에 없는 투자 구조”라고 밝혔다. 이어 “지수 편입 이전부터 공매도할 수 있는 기관투자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는 매우 불리한 투자 환경”이라며 “관련 당국에서는 신규 상장 종목에 한해 공매도 요건과 동일하게 지수 편입 전까지는 시장조성자도 공매도가 불가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수 편입과 관계없이 상장지수펀드(ETF)·선물·옵션 등의 헤지를 위해 시장조성자들이 공매도를 활용하고 있다”며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시장조성자의 이 같은 공매도는 허용돼 왔다”고 해명했다. 시장조성자는 증권사 등의 기관을 말한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