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고 여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상한 나라’라며 폄훼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과거사 문제에 첨단기술과 전통,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된 일본 사회 고유의 특징까지 겹쳐 일본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으려면 곳곳에서 걸림돌을 마주하게 된다.
좋든 싫든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 세 권이 새로 나왔다. 무턱대고 일본을 찬양하거나 막연한 우월감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진면모’를 짚고자 노력한 책이어서 의미가 더욱 깊다.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이경수 외 지음, 지식의 날개)는 45명의 한국인과 일본인 전문가들이 다각도로 파헤쳐본 일본 이해 ‘가이드북’이다. 일상이 된 철도문화, 획일적이면서도 다채로운 란도셀(초등학생 책가방)과 인형, 다도와 마쓰리 같은 전통문화와 생활 양식부터 무사 문화와 메이지 유신의 주역을 찾아보는 역사여행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고령화 사회의 여러 모습, 일본인과의 비즈니스 팁, 일본식 표현 소개까지 전방위에서 일본을 이해하기 위한 메스를 들이민다.
영화나 드라마로 낯익은 ‘도리아에즈 비루!(일단 맥주!)’로 시작해 ‘시메노라멘(마무리는 라멘)’으로 끝맺는 음주문화는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시킨다. 반면 30만 개가 넘는 ‘성’부터 복잡한 한자 읽는 법은 같은 한자 문화권 내에도 큰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태어날 때는 신사에 가고, 결혼은 교회에서 하며, 장례는 불교식으로 치르는 일본인의 종교관은 일본 이해하기의 지난함을 상징한다.
《일본은 우리의 적인가》(이덕훈 지음, 실크로드)는 승패의 논리인 ‘칼의 윤리’를 숭상한 일본과 대의명분을 따지는 선악의 논리인 ‘붓의 문화’로 맞선 한국 간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모색한 작업이다. 친절한 외면과 달리 유명한 학자의 집이나 사업가의 집을 가리지 않고 모셔진 ‘일본도’를 통해 일본인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사고방식을 파헤친다.
‘칼의 윤리’는 패자에 대한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지 않는다. 선악의 기준보다 승패가 우선한다. 그런 사고방식 속에서 일본의 역사가 쓰였고, 정치와 경제가 작동했다. 우리와 다른 일본의 진면목을 살피는 데서 일본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문한다. 도식적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일본을 이해해야 일본을 이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 일관되게 제시된다.
《유토피아 문학》(이명호 외 지음, 알렙)은 유토피아 문학의 세계지도를 그려본 작품이다. 엄밀히 따지면 일본 연구서는 아니다. 하지만 ‘이상향’을 갈구하는 데 일본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1909년 나가이 가후의 “일본인은 행복한 유토피아의 백성입니다”라는 발언에서 시작해 무샤노코지 시네아쓰의 ‘새로운 마을’, 사토 하루토의 ‘아름다운 마을’ 등으로 이어진 20세기 초반 일본 유토피아 문학의 양상은 특수하면서 보편적이다. 근대화와 자본주의, 사회주의 사상의 유입과 함께 농촌사회에 대한 동경이 섞인 20세기 초 일본인의 정신세계는 복합적 존재로서 일본인의 특징을 부각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