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한 달만에 0.9% 치솟은 물가…Fed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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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공포가 뉴욕 증시를 사흘째 깊은 하락장으로 내몰았습니다. 12일(현지시간) 다우는 681.50포인트, 1.99% 하락해 지난 1월29일 이후 가장 크게 내렸습니다. S&P 500 지수는 2.14%, 나스닥 지수는 2.67%나 폭락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폭이 커져 이날 저점에서 지수들은 마감됐습니다.
아침 8시30분에 나온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4월 CPI는 전월보다 0.8%, 전년 동월보다는 4.2% 올랐습니다. 이는 월가 예상치(0.2%, 3.6%)와 3월 수치(0.6%, 2.6%)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4.2%는 2008년 9월(4.9%↑) 이후 가장 높은 겁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보다 0.9%, 전년 대비 3.0%나 급등했습니다. 이것도 예상치(0.3%, 2.3%)와 3월 수치(0.3%, 1.6%)를 대폭 상회했습니다.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9% 오른 건 1982년 이후 처음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근원 물가가 한 달 만에 물가가 0.9% 올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매달 이렇게 나온다면 산술적으로 한 해 물가가 10% 넘게 오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숫자가 나온 직후의 시장 반응은 생각보다는 차분했습니다. 다우 선물은 200포인트 가량 떨어졌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61%에서 연 1.64% 수준으로 3bp(1bp=0.01%포인트) 가량 올랐습니다.
세부 항목을 보면 미 중앙은행(Fed)이 주장하듯 '일시적' 일 수 있는 항목들이 CPI 상승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고차 가격이 전달보다 10%(전년 대비 21%) 폭등했습니다. 헤드라인 CPI 4.2% 상승의 3분의 1 가량이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는 "경제활동이 재개됐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대중교통 이용을 꺼려하기 때문에 중고차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른 것"이라며 "이런 수요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항공요금이 10.2%, 호텔요금이 8.8% 올랐고 자동차 렌트 요금도 16.2% 상승했습니다. 팬데믹이 터진 뒤 급락했던 이들 가격이 급히 원상회복되고 있는 겁니다. 아동 신발(4.2%), 남성 바지(2.3%) 등 일부 상품 값도 대폭 올랐습니다.
좀 더 장기적 영향을 주는 주거비는 전달보다 0.4% 올랐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경제 재개로 CPI가 큰 폭 상승할 것이란 예상과 일치한다. 우리는 이번 여름 동안 경제활동이 광범위하게 재개되면서 추가적 물가 상승(리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집주인 주거비(0.21%), 월세(0.2%), 의료서비스(-0.05%) 등은 중요한 인플레 요인들은 적당히 부드러웠다"고 밝혔습니다.
UBS는 "CPI 수치는 굉장히 높아졌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보면 우려는 덜하다. 데이터를 보면 확실히 앞으로 6개월 가량에 걸쳐 '일시적'일 것이다. 우리는 근원 인프레이션이 올 가을과 겨울이 되면 서서히 사그라질 것이다. 서비스에 대한 보복적 수요부터 반도체 공급 부족까지 조금씩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CPI 품목 중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요소들이 여전히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 보고서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이라고 생각하는 Fed의 시각을 바꿀지는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기저효과를 빼면 헤드라인 CPI가 4.2%가 아니라 2.2%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투자자들이 CPI 지표를 소화하면서 채권 시장의 금리는 꾸준히 올라 연 1.693%에 마감됐습니다. 이날 상승폭은 3월18일 이후 가장 컸습니다. 금리는 한 때 연 1.708%에 달했습니다. 1.7%대는 지난 3월 말 이후 처음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높은 CPI 수치를 감안하면 채권 수익률 1.7%는 제한된 반응으로 본다"며 "지난 2~3월에 수익률이 급등했었고, Fed가 이번 발표에도 완화적 자세를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올해 고점이 1.74%였으니 잘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재무부가 실시한 410억 달러 규모의 국채 10년물 입찰도 성공적으로 치러졌습니다. 응찰률이 2.45배에 달하며 입찰 전 시장 금리 1.697%보다 낮은 1.684%에 낙찰이 된 것입니다.
증시의 충격은 채권 시장보다 더 컸습니다. 채권 시장은 지난 2~3월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반면 증시에선 올 들어 별다른 조정이 없었던 탓일 겁니다.
거래량이 급증한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매도세가 가팔라졌습니다. 특히 금리와 인플레이션 상승에 취약한 기술주들의 급락세가 두드러졌습니다. 거대 기술주들마저 대부분 2% 넘게 내리면서 3월 말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애플과 아마존, 그리고 아크 이노베이션펀드(ARKK)는 모두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기술주들은 밸류에이션이 높은 데다, 성장을 위해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한데 이런 자본 조달 비용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10년간 기술주가 크게 올랐던 배경이 바로 디플레이션(물가의 장기 하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반면 금리와 물가 상승의 수혜를 누리는 은행, 에너지주 등은 상대적으로 내림폭이 적었습니다. 에너지 업종은 11개 업종 중 유일하게 플러스권(+0.11%)을 지켰습니다. 또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 경기방어적 성격을 지닌 업종도 선방을 했습니다. 이는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시각도 많기 때문입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오르고 있는데 4월 cPI 집계에선 반영되지 않은 세부 항목들이 많다"며 "5월부터 임금 상승과 집값 상승 등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높은 물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이코노미스트는 "4월 CPI가 고점을 찍은 게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몇 달간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광범위한 물가 압력의 증거가 있다. 이를 일시적이라고 보는 Fed의 입장에 대해 점점 더 의심하고 있으며, 결국 Fed가 2024년보다 훨씬 더 빨리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컴퓨터칩에서 닭날개까지 모른 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빨리 오르지 않는 유일한 것은 임금과 급여"이라며 "공급이 모자라는 노동 시장을 볼 때 CPI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임금 상승과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50대 50"이라고 말했습니다.
Fed에서도 일부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은 이날 "4월 CPI는 내 예상을 훨씬 웃돌았고, 인플레이션 지표에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지금 나오는 경제지표에는 상당한 소음이 있다. 정책을 바꾸기 전에 추가 증거를 모으는 게 신중하고,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지만, 지속하면 Fed는 주저하지 않고 조치할 것"이라고 기존 논리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물가가 더 치솟으면 Fed가 이런 완회적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날 유로달러선물 시장에서는 Fed가 2022년 12월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80%로 예상했습니다. 발표 전 80% 예상 시점은 2023년 5월이었는데 앞당겨진 겁니다. CPI 발표 직후 90.1까지 떨어졌던 ICE달러인덱스가 이후 상승해 90.78에서 마감된 것도 Fed의 더 빠른 긴축을 예상한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월가 관계자는 "향후 몇 달 간 CPI나 개인소비지출(PCE) 등 물가 관련 지표들은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라며 "과연 헤드라인 수치가 5%대로 나올 경우 Fed가 여전히 '일시적'이라고 우기면서 버틸 수 있을 지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또 다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지 아닐지 본격적인 논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높아진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과 기업 이익의 관계를 지켜보라"고 조언합니다.
기업들에게 현재 물가 상승 요인은 넘칩니다. 구리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은 최근 랠리를 이어가면서 사상 최고치나 그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유가도 팬데믹 이전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또 공급망 혼란 등으로 인한 물류비와 부품 가격(반도체 등) 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이런 비용 상승 요인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면 이익이 늘어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익이 줄어들 겁니다.
임금(고용 비용)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좋은 징조입니다. 게다가 현재 미국 소비자들은 2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저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 높은 가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이지 CIO는 "이는 가치주, 경기민감주에는 좋은 징조"라고 말합니다.
이는 기업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기업들의 이익은 전년대비 평균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가치주는 지난 1분기 성장주에 비해 약 16%(연율)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하이지 CIO는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 가격결정력을 가진 경기민감주, 가치주에 관심을 둘 것을 조언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4월 CPI는 전월보다 0.8%, 전년 동월보다는 4.2% 올랐습니다. 이는 월가 예상치(0.2%, 3.6%)와 3월 수치(0.6%, 2.6%)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4.2%는 2008년 9월(4.9%↑) 이후 가장 높은 겁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보다 0.9%, 전년 대비 3.0%나 급등했습니다. 이것도 예상치(0.3%, 2.3%)와 3월 수치(0.3%, 1.6%)를 대폭 상회했습니다.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9% 오른 건 1982년 이후 처음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근원 물가가 한 달 만에 물가가 0.9% 올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매달 이렇게 나온다면 산술적으로 한 해 물가가 10% 넘게 오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숫자가 나온 직후의 시장 반응은 생각보다는 차분했습니다. 다우 선물은 200포인트 가량 떨어졌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61%에서 연 1.64% 수준으로 3bp(1bp=0.01%포인트) 가량 올랐습니다.
세부 항목을 보면 미 중앙은행(Fed)이 주장하듯 '일시적' 일 수 있는 항목들이 CPI 상승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고차 가격이 전달보다 10%(전년 대비 21%) 폭등했습니다. 헤드라인 CPI 4.2% 상승의 3분의 1 가량이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는 "경제활동이 재개됐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대중교통 이용을 꺼려하기 때문에 중고차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른 것"이라며 "이런 수요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항공요금이 10.2%, 호텔요금이 8.8% 올랐고 자동차 렌트 요금도 16.2% 상승했습니다. 팬데믹이 터진 뒤 급락했던 이들 가격이 급히 원상회복되고 있는 겁니다. 아동 신발(4.2%), 남성 바지(2.3%) 등 일부 상품 값도 대폭 올랐습니다.
좀 더 장기적 영향을 주는 주거비는 전달보다 0.4% 올랐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경제 재개로 CPI가 큰 폭 상승할 것이란 예상과 일치한다. 우리는 이번 여름 동안 경제활동이 광범위하게 재개되면서 추가적 물가 상승(리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집주인 주거비(0.21%), 월세(0.2%), 의료서비스(-0.05%) 등은 중요한 인플레 요인들은 적당히 부드러웠다"고 밝혔습니다.
UBS는 "CPI 수치는 굉장히 높아졌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보면 우려는 덜하다. 데이터를 보면 확실히 앞으로 6개월 가량에 걸쳐 '일시적'일 것이다. 우리는 근원 인프레이션이 올 가을과 겨울이 되면 서서히 사그라질 것이다. 서비스에 대한 보복적 수요부터 반도체 공급 부족까지 조금씩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CPI 품목 중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요소들이 여전히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 보고서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이라고 생각하는 Fed의 시각을 바꿀지는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기저효과를 빼면 헤드라인 CPI가 4.2%가 아니라 2.2%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투자자들이 CPI 지표를 소화하면서 채권 시장의 금리는 꾸준히 올라 연 1.693%에 마감됐습니다. 이날 상승폭은 3월18일 이후 가장 컸습니다. 금리는 한 때 연 1.708%에 달했습니다. 1.7%대는 지난 3월 말 이후 처음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높은 CPI 수치를 감안하면 채권 수익률 1.7%는 제한된 반응으로 본다"며 "지난 2~3월에 수익률이 급등했었고, Fed가 이번 발표에도 완화적 자세를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올해 고점이 1.74%였으니 잘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재무부가 실시한 410억 달러 규모의 국채 10년물 입찰도 성공적으로 치러졌습니다. 응찰률이 2.45배에 달하며 입찰 전 시장 금리 1.697%보다 낮은 1.684%에 낙찰이 된 것입니다.
증시의 충격은 채권 시장보다 더 컸습니다. 채권 시장은 지난 2~3월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반면 증시에선 올 들어 별다른 조정이 없었던 탓일 겁니다.
거래량이 급증한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매도세가 가팔라졌습니다. 특히 금리와 인플레이션 상승에 취약한 기술주들의 급락세가 두드러졌습니다. 거대 기술주들마저 대부분 2% 넘게 내리면서 3월 말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애플과 아마존, 그리고 아크 이노베이션펀드(ARKK)는 모두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기술주들은 밸류에이션이 높은 데다, 성장을 위해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한데 이런 자본 조달 비용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10년간 기술주가 크게 올랐던 배경이 바로 디플레이션(물가의 장기 하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반면 금리와 물가 상승의 수혜를 누리는 은행, 에너지주 등은 상대적으로 내림폭이 적었습니다. 에너지 업종은 11개 업종 중 유일하게 플러스권(+0.11%)을 지켰습니다. 또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 경기방어적 성격을 지닌 업종도 선방을 했습니다. 이는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시각도 많기 때문입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오르고 있는데 4월 cPI 집계에선 반영되지 않은 세부 항목들이 많다"며 "5월부터 임금 상승과 집값 상승 등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높은 물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이코노미스트는 "4월 CPI가 고점을 찍은 게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몇 달간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광범위한 물가 압력의 증거가 있다. 이를 일시적이라고 보는 Fed의 입장에 대해 점점 더 의심하고 있으며, 결국 Fed가 2024년보다 훨씬 더 빨리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컴퓨터칩에서 닭날개까지 모른 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빨리 오르지 않는 유일한 것은 임금과 급여"이라며 "공급이 모자라는 노동 시장을 볼 때 CPI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임금 상승과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50대 50"이라고 말했습니다.
Fed에서도 일부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은 이날 "4월 CPI는 내 예상을 훨씬 웃돌았고, 인플레이션 지표에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지금 나오는 경제지표에는 상당한 소음이 있다. 정책을 바꾸기 전에 추가 증거를 모으는 게 신중하고,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지만, 지속하면 Fed는 주저하지 않고 조치할 것"이라고 기존 논리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물가가 더 치솟으면 Fed가 이런 완회적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날 유로달러선물 시장에서는 Fed가 2022년 12월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80%로 예상했습니다. 발표 전 80% 예상 시점은 2023년 5월이었는데 앞당겨진 겁니다. CPI 발표 직후 90.1까지 떨어졌던 ICE달러인덱스가 이후 상승해 90.78에서 마감된 것도 Fed의 더 빠른 긴축을 예상한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월가 관계자는 "향후 몇 달 간 CPI나 개인소비지출(PCE) 등 물가 관련 지표들은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라며 "과연 헤드라인 수치가 5%대로 나올 경우 Fed가 여전히 '일시적'이라고 우기면서 버틸 수 있을 지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또 다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지 아닐지 본격적인 논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높아진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과 기업 이익의 관계를 지켜보라"고 조언합니다.
기업들에게 현재 물가 상승 요인은 넘칩니다. 구리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은 최근 랠리를 이어가면서 사상 최고치나 그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유가도 팬데믹 이전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또 공급망 혼란 등으로 인한 물류비와 부품 가격(반도체 등) 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이런 비용 상승 요인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면 이익이 늘어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익이 줄어들 겁니다.
임금(고용 비용)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좋은 징조입니다. 게다가 현재 미국 소비자들은 2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저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 높은 가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이지 CIO는 "이는 가치주, 경기민감주에는 좋은 징조"라고 말합니다.
이는 기업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기업들의 이익은 전년대비 평균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가치주는 지난 1분기 성장주에 비해 약 16%(연율)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하이지 CIO는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 가격결정력을 가진 경기민감주, 가치주에 관심을 둘 것을 조언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