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라인에 재고 두지 않는 '간판방식' 수정
운송 중인 부품재고도 실시간 확인하는 시스템 구축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도요타는 올해 매출과 순익이 각각 30조엔과 2조3000억엔으로 작년보다 10%와 2%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라면 올해 도요타는 2017년(2조5000억엔) 이후 두번째로 많은 순익을 올리게 된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특히 심각했던 올 1분기 도요타의 순익은 7771억엔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배 늘었다. 세계 1위를 놓고 다투는 폭스바겐의 같은 기간 순익은 4300억엔으로 도요타의 절반 수준이다. 작년 1분기까지만 해도 도요타와 폭스바겐 모두 순익이 4000억엔 안팎으로 비슷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감산과 실적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도요타는 순익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공급망 개선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분석했다.
시장 조사회사인 마크라인즈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작년 1월 생산량을 100으로 할 때 올 3월 현재 도요타의 월간 생산량은 118이었다. 폭스바겐은 113, GM은 103이었다. 도요타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타격을 가장 적게 받았다는 의미다.
도요타와 달리 경쟁사들이 받는 타격은 예상보다 크고 장기화하고 있다. 유럽 스텔란티스(FCA와 PSA의 합병으로 탄생한 거대 자동차 회사)는 최근 "반도체 조달 지연으로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앞으로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드모터스와 다임러, BMW, 일본과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감산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도요타 관계자는 "일부 영향을 받겠지만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그동안 '간판방식'으로 불리는 재고관리 전략을 써왔다. 필요한 부품을 생산라인 간판에 써 붙이면 부품업체들이 그때 그때 공급하는 효율성을 최우선시한 방식이다. 완성차 공장에는 부품 재고를 따로 쌓아두지 않아도 돼 비용절감 효과가 있었다.
간판전략을 수정한 것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다. 효율성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공장의 정상적인 가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도요타는 핵심 부품은 비상시에도 언제든지 확보할 수 있도록 전체 부품 공급업체에 재고를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어떤 부품 공급업체의 어느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체제도 만들었다.
도요타는 반도체 부족 사태를 계기로 핵심 부품의 재고관리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기로 했다. 반도체와 같은 전자장비 및 부품 확보가 장기적으로 자동차 업계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 확실해져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차량 1대에 사용되는 반도체 비용은 6년새 40% 늘었다. 자동차의 전자제어 기능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CASE(커넥티비티·자율주행·차량공유·전동화)’로 불리는 미래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반도체와 전자부품의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에 대비해 도요타는 2차, 3차 부품업체를 포함한 전체 공급망 체계의 재고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도요타 관계자는 "현재 운송 중인 부품의 물량까지 포함해 재고 현황을 전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본사에서 '어떤 공급업체의 어느 공장이 몇일 분의 재고를 보유하는 것이 적정한가'까지 따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품업체에 3년치 연간 생산계획을 매년 2차례씩 미리 알려 재고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검토 중이다. 2~3년 뒤의 생산계획을 미리 알려 부품업체들이 생산량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발주는 월 단위로 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도요타는 3개월치 생산계획을 토대로 부품을 조달해 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