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엔 조용해도 관심이 모인다. 올 시즌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를 창단하고 유통업계 라이벌 롯데가 운영하는 롯데 자이언츠를 겨냥, 직접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 '유통 더비' 분위기를 연출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 얘기다.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11~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주중 3연전을 치르는 가운데 롯데는 야구 관련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맞수인 신세계가 SSG 랜더스를 창단하기 전까지 롯데가 이같은 시즌중 마케팅을 벌인 적은 없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자이언츠 팬 "흥미롭다" vs 랜더스 팬 "애정 식었나"

[사진=롯데쇼핑 제공]
[사진=롯데쇼핑 제공]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오는 14일까지 유통 라이벌인 SSG랜더스와의 경기에 맞춰 '자이언츠 빅토리 데이즈'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온은 행사기간 앱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10+10+10 혜택'을 제공한다. 1만원 이상 구매 시 사용 가능한 10%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5만원 이상 엘페이로 결제 시 10%에 해당하는 5000점을 엘포인트로 돌려준다. 롯데카드로 상품을 결제하면 추가로 10%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고객 참여형 홈런 공약 이벤트와 퀴즈 행사도 진행한다.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홈런을 5개 이상 기록하면 50% 깜짝 쿠폰을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 자이언츠 관련 퀴즈를 맞힌 고객 중 450명을 추첨해 피자 쿠폰도 증정한다.

야구팬 소비자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대학생 때부터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해왔다는 박성웅 씨(33)는 "홈런을 5개 이상 기록하면 50% 쿠폰을 주겠다는 것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승리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이벤트인 것 같아 흥미롭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연고지 부산이 고향인 김다혜 씨(31·여)도 "경쟁사인 신세계가 야구단을 창단하니 확실히 마케팅이 더욱 재밌어지고 경쟁구도도 흥미로워진 것 같다"며 "이런 마케팅이 활발해져 야구 보는 재미도 더해지고 소비자로서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례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SSG 랜더스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유통 더비를 앞두고 신세계 계열 유통사가 야구 관련 행사를 진행하지 않자 서운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환익 씨(34)는 "정용진 부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렇게 야구 얘기를 많이 하더니 벌써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거냐"며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승패긴 하지만 유통업계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이윤아 씨(22·여)도 "이번 경기가 SSG 랜더스의 첫 부산 원정경기인 만큼 관련 이벤트가 많았다면 분위기가 고조됐을 것 같다"며 "스타벅스나 편의점을 이용한 마케팅은 물론 각종 굿즈가 출시돼 팬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유통 더비' 앞두고는 양사 모두 '대대적인 할인'

지난달 이마트가 진행한 '랜더스 데이' 행사 모습. [사진=이마트 제공]
지난달 이마트가 진행한 '랜더스 데이' 행사 모습. [사진=이마트 제공]
앞서 지난달 개막전 당시에는 롯데와 신세계 양사 모두 야구계 '유통 더비'를 앞두고 대대적 행사를 벌인 바 있다. 롯데마트는 2000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했으며, 특히 야구단 이름인 '자이언츠'에 착안해 대용량 상품을 기존 가격보다 절반가량 할인해 판매하기도 했다.롯데마트가 야구단 행사와 관련해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은 처음이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도 행사명을 '랜더스 데이'라 짓고 제품 80여 종 대상으로 1+1 행사를 진행했다.

양사 온라인몰도 각종 행사를 기획했다. 롯데온은 자사 이벤트 페이지에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댓글을 작성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세븐일레븐 모바일 상품권을 증정했다. 총 추첨 인원은 자이언츠의 1위를 기원하는 의미로 1111명으로 정했다. SSG닷컴은 SSG랜더스의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 메시지를 남긴 559명을 추첨해 SSG머니 1만원을 지급했다.

야구단과 유통업을 연계한 마케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달 말 SSG 랜더스 창단식을 앞두고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롯데가 본업(유통)과 야구단을 잘 연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본업과 연결할 거다. (롯데는) 우리를 울면서 쫓아오게 될 거다"라고 도발한 바 있다. 이어 "게임에선 우리가 질 수 있겠지만 마케팅에서 만큼은 반드시 롯데를 이길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스타벅스코리아는 오는 21~23일 SSG 랜더스와 '스타벅스 데이' 행사를 시행한다. 이 기간 SSG 랜더스의 홈경기 3연전이 치러지며, 선수들은 '스타벅스 x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승리 수훈선수에게는 스타벅스 1년 무료 이용권이 주어지며 선수는 자신의 팬에게 이 이용권을 선물할 수 있다. 홈런볼이 스타벅스 홈런존에 맞으면 SSG랜더스 팬 5명을 선정해 스타벅스 1년 무료 이용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유통과 야구를 연결짓는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 같다"며 "경쟁사인 롯데도 관련 마케팅을 계속 이어가는 만큼 앞으로도 흥미로운 경쟁 구도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