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집단이주 요구…"하루하루가 생지옥"
'주거부적합' 인천 사월마을서 호흡기 질환 60대 사망
정부의 주민 건강조사에서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인천 사월마을에서 60대 남성이 호흡기 질환을 앓다가 사망했다며 주민들이 재차 집단이주를 요구했다.

사월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환경비상대책위는 환경단체인 글로벌에코넷 등과 함께 13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년간 호흡기 질환으로 투병하던 사월마을 주민이 사망했다"며 "하루하루가 생지옥이라 더는 기다릴 수 없으니 당장 집단이주를 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 4일 사망한 A(67)씨는 인천시 서구 사월마을에서 태어났고, 12년 전부터는 마을 인근에 건설폐기물 1천500만t가량이 불법 적치된 지점에서 47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생활해왔다.

주민들은 매일 청소했다는 A씨의 집안에 사망 후 자석을 대어보니 많은 쇳가루가 나왔다며 그의 사망과 열악한 마을의 주거환경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비상대책위는 "A씨는 8년 전부터 별안간 숨이 차고 잘 뛰지도 못하는 건강 상태가 돼 병원에서 호흡기 질환 판정을 받고 투병 중 한창나이에 운명했다"며 "67세면 아직 청춘인데 단지 사월마을에서 태어나 살았기 때문에 (사망하게 된 것이라) 더욱 분노한다"고 했다.

사월마을 주민들은 특히 수도권매립지 주변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조성하는 특별회계기금이 인천시 자체매립지 조성, 자원순환 정책 홍보, 소방서 신축 등 엉뚱한 데 사용되고 있다며 인천시 등을 비판했다.

환경비상대책위는 "사시사철 마을 주민들은 외부에 빨래도 널지 못해서 건조기와 공기청정기라도 사달라고 아무리 건의해도 예산이 없고 매립지 특별회계 사용은 불가하다고 앵무새처럼 떠들고 있다"며 "하루빨리 집단이주를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사월마을은 앞서 20192년 11월 환경부가 마을의 미세먼지 농도와 야간 소음도, 주민 우울·불안증 호소율 등이 높다며 주거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총 52세대, 120여명 거주하는 사월마을에는 지난해 기준 제조업체, 도소매 업체, 폐기물 처리업체 등 160개가 넘는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인근에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와 골재 적치장 등이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