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K8 1.6 터보 하이브리드 시승기
▽ 합산 최대 토크 35.7kgf·m의 시원한 가속감
▽ 높아진 연비에 개선된 정숙성은 덤
▽ 3.5 가솔린과 가격 차이 적어…경제성 매력
그랜저, K7 등 이전 현대차와 기아의 준대형 세단 하이브리드 모델은 2.4 엔진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기아는 K8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면서 1.6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이뤄진 것이다.
1.6 가솔린 터보 엔진은 2.4 가솔린 엔진보다도 출력이 다소 낮다. 2.4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 토크 24.6kgf·m의 성능을 낸다. 1.6 가솔린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180마력, 최대 토크는 27.0kgf·m이다. 엔진 출력만 놓고 본다면 답답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K8 하이브리드에는 1.6 가솔린 터보 엔진 외에도 전기모터가 함께 탑재된다.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전기모터 성능에 달린 셈이다. 전기모터가 더해진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230마력, 최대 토크는 35.7kgf·m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 3.5 가솔린 모델이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36.6kgf·m이니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단 얘기다.
지난 13일 만나본 시승 차량은 K8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트림으로 모든 옵션 사양이 포함된 풀옵션 차량이었다. 가격은 4912만원. 차량 내·외관은 일반 모델과 다를 바 없었다. 하이브리드 전용 휠이 장착됐고, 후면에 'HEV'라 각인된 하이브리드 전용 엠블럼이 붙은 정도다. 지난달 K8 3.5 가솔린 모델을 시승했던 만큼 주행 성능과 연비에 집중해 시승에 나섰다. 시동을 켜고 출발하자 모터가 작동하며 외부에서 전기차 같은 효과음이 났다. 창문을 닫으니 외부에서 들리던 효과음이 사라졌다. 엔진음이나 배기음, 전기모터 특유의 '윙~'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노면 상태가 나쁠 때에만 약간의 소음이 들렸고, 새로 포장한 도로를 달릴 때는 적막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몸놀림도 전장이 5m가 넘고 무게 1.6t에 육박하는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날렵했다. K8 하이브리드는 주행모드를 에코, 스포츠 두 가지만 제공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라면 경제성에 초점을 맞춰 주행할 것이라는 생각에 에코 모드로 시승을 시작했다. 연비를 높이는 주행모드여서 움직임이 다소 둔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모터가 적극적으로 힘을 싣는 덕분인지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반응하며 시원한 가속감을 선사했다.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아도 조용하고 흔들림 없는 승차감이 이어졌다. 3.5 가솔린 모델에서 소음과 진동만 지워낸 느낌이 들었다. 뒷좌석에 가족을 태우는 패밀리카에게는 매우 큰 장점이지만, 역동적 주행을 선호하는 운전자는 다소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경기 가평에서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길은 스포츠 모드를 사용했는데 약간의 배기음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서울 광진구에서 경기 가평군 청평면까지 에코 모드로 주행한 연비는 공인 연비(17.1~18.0km/L)를 훌쩍 뛰어넘는 22.6km/L로 나타났다. 반환점에서 연비를 초기화하고 스포츠 모드로 달리자 공인 연비대로 나왔다.
기자가 연비 주행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차주들의 연비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 모드로 신나게 달려도 공인 연비가 9~10km/L대인 3.5 가솔린 모델에 비해 기름을 절반만 쓰는 셈이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3.5 가솔린 모델 대비 절반에 그친다. 3.5 가솔린 모델의 CO2 배출량은 175.0~183.0g/km, 1.6 하이브리드 모델의 배출량은 88.0~94.0g/km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더라도 환경오염의 죄책감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공영주차장(서울 기준)과 전국 공항주차장 이용료 등도 감면받을 수 있다. 친환경차 세제혜택을 받으면 시그니처 트림 기준 3.5 가솔린 모델과 가격 차이가 1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도 매력 요소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